에볼라로 사망자가 발생한 한 집에 유가족과 장례식 참석자 등 사람들이 별 제지 없이 드나든다. 사망자 사우다투 코로마의 부모는 딸의 주검을 품에 앉은 채 현관에 앉아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매우 높지만 그들은 딸의 주검도 직접 수습했다. 어머니 안나 콩테는 딸이 숨진 다음 날에도 수십 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돗가에 가서 찻물을 받아 왔다.
시에라리온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이 집은 격리된 채, 음식조차도 보건부 직원을 통해서만 공급받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방침을 집행해야 할 경찰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채 배회하며 떠든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시에라리온 정부가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이날 오전 텔레비전 연설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가의 근간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에라리온 정부는 광범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국민에게 집에 머물라고 요청했고 감염자 격리는 물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내용의 바이러스 확산 방지 대책도 추가로 내놨다.
이날 수도 프리타운의 거리는 한산했고 소름끼칠 정도로 조용했다. 대부분 상점과 사무실도 문을 닫았다. 차량이 드물게 다녔지만 이마저도 경찰이 검문소에서 운행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코로마의 집이 있는 키시 빈민가의 상황은 달랐다.
코로마의 집에 식사를 전달하러 온 보건부 소속 영양사는 "가족과 친지, 이웃들이 위로를 전하려고 코로마의 집에 찾아왔다"며 "그들은 격리돼 있지 않다. (정부의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을 가라앉히려는 시에라리온의 의료 종사자들은 강력한 대책에 비해 느슨한 현장 집행 상황을 우려한다.
시에라리온에서 '국경없는 의사회'(MSF)를 이끄는 월터 로렌치는 현장에서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며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로렌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적당히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