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요 일간지 '베도모스티'는 5일(현지시간)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교통부와 외무부 등이 유럽을 출발, 러시아 영공을 경유해 아시아 지역으로 운항해온 유럽 항공사들의 자국 영공 통과를 제한하든지, 혹은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EU가 러시아에 연이어 제재 조치를 취하고 특히 최근엔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서 병합한 크림으로 저가 여객기를 투입해온 러시아 항공사 '도브로료트'를 제재 명단에 포함시킨 데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도브로료트는 지난달 말 내려진 EU의 제재로 4일부터 모스크바~크림 심페로폴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 노선에 투입해온 미국 보잉 여객기 임대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도브로료트는 지난 6월 중순부터 크림 운항을 시작했었다.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는 "항공 운항 분야를 포함한 EU의 모든 비우호적 조치에 대해 대응 없이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영공 통과 불허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정부 고위인사는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유럽의 대표적 항공사인 루프트한자, 브리티시 에어웨이즈, 에어 프랑스 등은 그동안 아시아로 가는 최단거리 코스인 시베리아 관통 노선을 이용하면서 러시아 측에 연간 약 3억 달러(약 3천억원)의 영공 통과료를 지불해왔다.
루프트한자는 그러나 러시아가 실제로 영공 통과를 불허할 경우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해 자사 차원에서만 3개월에 약 10억 유로(약 1조4천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우회 항로 이용으로 아시아 국가들로의 운항시간이 1시간~1시간 30분씩 늘어나면서 연료비와 인건비가 증가하고 기체에 대한 부하도 커지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노선을 운항하는 아시아권 항공사들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유럽 항공사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