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 포털사이트의 청원 페이지에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폐지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총기 난사 사건과 윤 일병 사건을 언급하며 "군과 군부대 질서를 미화하며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촬영지 부대 사병들에게도 지속적인 민폐를 끼치고 있는 '진짜 사나이'의 폐지를 주장한다"고 뜻을 밝혔다.
그는 "군생활은 예능이 아니다. 예능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면서 "예능으로 몇 시간 웃어 넘기기엔 군부대에서는 감히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든 일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 군대 문화를 후진적인 비극이라고 지적하며 군대 문화 미화, 왜곡된 남성상 강요, 현실과 다른 연출된 상황과 메시지, 가학적 시각 강요 등을 폐지 이유로 꼽았다.
현재까지 서명자 수는 124명에 불과하지만 시청자 게시판에도 이 청원자와 뜻을 함께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특히 직접 군 생활을 경험한 남성 시청자들은 '진짜 사나이'가 실제 군대의 모습이 아닌 긍정적인 면만 부각해, 일반인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비판했다.
군필자인 시청자 백준* 씨는 "'진짜 사나이'에 나오는 병영의 모습이 전체 부대의 1%나 된다면 뉴스에 나오는 온갖 패악한 행위가 있는 부대는 전체 부대의 30% 이상은 된다"며 "('진짜 사나이'는) 제목 자체도 마치 진짜 군인인 척하는 뉘앙스가 강하고 군을 아름답게 포장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대를 미화하고 홍보하기 전에 군이라는 곳을 파헤치고 변화 주려는 방송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시청자들의 반발에도 불구, 제작진 측은 '폐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지금까지 '진짜 사나이'는 군 사고에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GOP 부대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당시에도 한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때 마침 '진짜 사나이'는 GOP 병영 체험을 방송할 계획이었고 제작진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 최대한 편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출연자가 장난스럽게 총기를 다루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이후, 태풍 피해를 입은 필리핀 타클로반으로의 파병으로 전화위복을 이루는 듯했지만 여전히 군 사고가 날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군대라는 민감하고 복잡한 환경을 다루는 데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군 내부의 문제점까지 포함, 좀 더 실제에 가까운 군대 생활을 담아내라는 요구도 있다.
결국 '진짜 사나이'에게 남은 과제는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유사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발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