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 실장의 국방장관 재직시 각종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3년 7개월간 장수한 뒤 안보실장으로 영전한 사실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지난 4월 6일로 김 실장이 국방장관으로 있던 때다. 28사단 헌병단은 윤모 일병이 폭행을 당해 숨진 이튿날인 7일 오전 이미 구체적인 사건경위를 파악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실장은 사건 직후 '특별 군기강 확립 대책회의'를 열었고,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은 5월 1일 화상회의를 주관했다.
이어 사건 발생 두 달 뒤인 지난 6월 9일에는 ‘폭행,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육군 일반명령’이 35년 만에 발령됐다. 김 실장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지난 6월 발생해 사망 5명, 부상 7명의 인명피해를 내고 전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육군 28사단 GOP 임 병장 총기 사고도 청와대 안보실장에 임명된 김 실장이 국방장관을 겸하던 때 발생했다.
김 실장이 국방장관으로 있을 때 일어났던 일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북한 소형 무인항공기가 청와대를 유유히 내려다 본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군에 의해서 발견된 게 아니라 저절로 남쪽에 떨어져 밝혀진 사실이다.
청와대 방공망이 뚫린 일이었지만 김 장관은 책임 추궁에서 벗어나 오히려 안보의 총사령탑으로 우뚝섰다.
세계 8위의 군사 강국이라는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운 '노크귀순'도 김 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있을 때 일어났다.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초 배고픈 인민군 병사가 철책선을 넘어와 우리 초소에 '친절하게' 노크해서 귀순했다고 한 사건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함께 대선공방의 주요 이슈였던 군 사이버 사령부의 댓글 공작도 김 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있을 때 일어났다. 장관 후보자들의 '논문표절', '알박기'보다 더 심각했지만 김 실장이 받은 타격은 미미했다.
국군 일각에선 김 실장의 국방장관 재직 시절 행태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군의 한 비중 있는 간부는 김 실장이 국방장관으로 있던 3년 6개월간 보여준 게 '쇼'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군내 인사들은 김 실장이 보인 '쇼'의 대표적인 예로 합참 벙커 출입을 예로 든다. 장관이 벙커에 들어와 합참의장이 아닌 수하 간부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제쳐놓고 검사들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검찰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폐쇄적이고 기수 문화가 몸에 밴 군은 그냥 따랐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따지고 보면 타겟은 2010년 12월부터 3년 7개월간 국방장관으로 있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윤 일병 사건의 최종 책임을 비롯해 최근 군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의 정점에는 김관진 실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조차도 목표를 김 실장으로 설정하는 데 주저한다.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버리지 않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낙마' 가능성 있는 인사를 주타격 대상으로 해야 '빛이 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얘기되고 있는 게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경질론이다.
이름없는 사단장이나 군단장을 날리는 것은 모양이 성에 안차고, 그렇다고 갓 업무를 시작한 한민구 국방장관이나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관진 장관을 건드리기는 부담스럽다보니 참모총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인사를 겨냥하는 게 쉽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