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편리한 신세계냐…정보유출대란 악몽이냐

카카오페이 모바일 간편결제에 카드사들 참여 눈치보기

# 채팅하고 게임하느라 늘 쓰는 카카오. 여기에 내 카드 정보를 한번 저장해뒀더니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든지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결제 때마다 본인 인증에 카드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카카오페이(가칭)'가 선보일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의 가상 시나리오다. 3분기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해당 서비스는 카카오가 플랫폼을 제공하고 LG CNS가 공인인증서 대체 본인 인증 수단인 '엠페이'를 지원하는 구조다. 각 카드사들은 여기에 회원들의 금융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카카오와 카드사가 협력해 윈윈(win-win)하는 '편리한 신세계'다.

그러나 모든 카드사의 정보가 한 곳에 모인다는 점, 카드사 회원들의 금융 정보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까지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이런 식의 간편결제가 이뤄지려면, 현재 카드사가 보유한 카드번호, 카드 유효기간, CVC(카드 뒷면에 새겨진 유효성 확인 코드) 번호 등이 카카오에 집중돼야 한다. 보안사고가 터지면 그만큼 폭발력이 클 수밖에 없다. '편리한 신세계'에서 바로 악몽이 된다.

당장 사고가 터졌을 때 책임소재에 대한 교통정리도 안 돼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경우 "그때가서 구체적인 잘잘못을 따져야하겠지만 플랫폼사와 카드사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결국 개인정보의 출처라고 할 수 있는 카드사한테 책임이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께 손을 잡는다'고 알려진 카드사들이 공식적으로는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엠페이가 금감원으로부터 최고등급의 보안등급을 인정받았다고 하지만,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해킹기술"이라면서 "정보유출 가능성이 천문학적으로 낮거나, 사고가 날 경우 책임소재가 분명하다는 전제가 없는 이상 선뜻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은 '누가 앞장설 것이냐'를 두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다. 모바일 결제가 트렌드인 만큼, 보안사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서는 카드사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대세를 따라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고 시 책임소재와 관련해선, 정부의 입장이 좀더 구체화된 다음 움직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카드와 하나SK카드 등은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며 일단 참여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공인인증서 없는 결제시스템을 육성하고 있는데, 문제는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며 "보안도 강화하면서 결제는 간소화하라는 상충되는 요구 하에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페이를 통해 모바일 간편결제의 새 장이 열리느냐 여부는 정보보호에 있어서 얼마나 안전한 환경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경쟁 플랫폼이 생길 것이고 그에 따라 관련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출발은 결국 정보 안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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