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 뭉개려는 새누리당의 꼼수

[노컷 사설]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와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란 우산을 이용해 리본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윤성호기자
세월호 관련 여야 협상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는 당초 오늘(4일)부터 열릴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출석을 끝까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세월호 특별법도 새누리당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별법의 핵심 사항인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 부여와 관련해 야당은 특별검사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특검 추천권 문제를 제기하며 부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다. 특검발동 요건은 수사가 미진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을 때 발동되는 것이라는 이완구 원내 대표의 발언은 특검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주목할 것은 새누리당의 세월호 관련 입장이 7·30 재보궐선거 이전과 이후로 확실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 지원 유세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당과 정부에서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엄벌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선거 하루 뒤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이완구 원내대표의 특검 발언 이후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봇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이 자리에서 김을동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세월호 피해자 지원 특위'를 전격적으로 출범시켰다.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은 이제 세월호 진상 규명 정국에서 벗어나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으로 입장을 선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보궐 선거 승리로 세월호 문제는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과연 그런가? 선거가 끝나고 발표된 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는 검찰과 경찰의 세월호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66%였다. 신뢰한다는 응답의 두 배를 훨씬 넘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줘야한다는 응답도 절반 이상이 찬성했다. 국민 여론은 정부의 무능과 부실이 만들어 낸 인재인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 달라는 것이다. 특별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주고 있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재보궐 선거 승리로 덮겠다는 것은 국민을 얕잡아 보는 새누리당의 오만이자 독선이다.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무의미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기도 하다. 국가 개혁의 방향 설정도 모호해진다. 정부여당이 잘잘못을 철저히 가리고 책임자를 처벌하려는 의지가 실종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휴일인 3일 국방부장관을 불러 책상을 치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런데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특별법 협상이 지지부진 한 데 대해 김무성 대표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노숙자로 표현한 세월호 가족대표들은 22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고, 4일 기자회견에서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배상이나 보상이 아니라 진상 규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새누리당이 외면하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며,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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