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범행예고 무시'…살인미수 방조한 경찰

범행 예고에도 출동지령 안 내려…목격자 신고 받고 '늦게 출동'

경찰이 '살인 예고' 신고를 수차례 접수하고도 출동지령을 내리지 않아 살인미수 사건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전북 군산에서 귀가하던 여대생이 만취한 조선족 근로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대생 오모(18)씨는 3일 오후 5시 30분께 집에 돌아가기 위해 군산시 경암동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뒤쪽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씨는 200m가량을 따라오던 낯선 사람이 두려워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버스정류장에 다다랐을 즈음 오씨는 용기를 내서 뒤를 돌아봤고, 술에 취해 흉기를 든 한 남성을 목격했다.

이 남성은 다짜고짜 오씨에게 달려들어 들고 있던 흉기로 오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한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오씨를 찌른 남성은 지난해 10월 18일 방문 취업 비자로 입국해 군산에서 노동일을 하던 조선족 심모(40)씨였다.

이번 사건은 '묻지마 범죄'의 전형이었지만, 심씨의 범행을 막을 기회는 4차례나 있었다.

흉기를 휘두른 심씨는 범행 전 전북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4차례에 걸쳐 범행을 예고했다. 또 범행 후에도 두차례나 범행사실을 알려왔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와 목격자가 신고를 하고 나서나야 현장에 출동했다.

4일 전북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따르면 심씨는 이날 오후 4시29분 처음 전화를 걸어 "경찰서에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심씨는 2분이 지난 뒤 오후 4시31분 다시 전화를 걸어 "여보세요. 사람 죽여도 일없냐(어떻게 돼냐)"고 다시 범행 예고 전화를 걸었다.

또다시 5분 뒤 전화를 걸은 심씨는 욕설과 함께 신고를 하면 어떻게 되냐며 횡설수설했다.

이후 10여분이 지난 오후 4시 43분 심씨는 "내가 사람을 죽이고 신고하는 것이다"고 말했고, 경찰은 위치를 파악하려 했으나 심씨가 횡설수설하자 "장난 전화하시면 처벌받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전북경찰청 112상황실은 네차례나 같은 사람에게서 살인 예고 전화를 받았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크게 바쁜 시간대가 아님에도 현장에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심씨의 마지막 범행 예고 후 45분이 지난 오후 5시30분께 심씨는 흉기를 들고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가 오씨를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심씨가 범행을 확실히 예고한 네 번째 전화를 할 때까지도 신고 내용을 'CODE3'(출동 필요 없음)로 분류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결국, 사건을 목격한 시민과 피해자 오씨가 신고를 하고 나서야 순찰차를 현장에 보냈다.

하지만 심씨는 이미 사건 현장을 벗어난 뒤였다.

이후 오후 5시50분까지 심씨는 두차례나 더 112상황실에 "사람을 죽였다"며 신고했지만 경찰은 심씨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심씨는 술이 조금 깨자 이날 오후 7시께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오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큰 부상을 당해 인근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일반 주취자의 전화 형태와 비슷해 출동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당시 정황상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오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직장 동료가 범행을 시켰다"는 등 횡설수설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4일 심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으며, 전북경찰청은 당시 112종합상황실 근무자 등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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