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AG로이드 효과? 추신수 보면 확실하죠"

논란의 인천AG 대표팀에 신뢰

'4년 전 영광, 인천에서도' 오는 9월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을 놓고 군 미필자와 예비군 선수들에 대한 배려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미필 선수들의 강력한 동기 부여가 성적으로 연결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우승을 이끈 뒤 추신수(왼쪽)와 강정호가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천아시안게임(AG)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 금메달을 위해 최강팀을 구성하겠다는 당초 원칙과는 달리 프로야구 각 구단들의 군 미필자와 '예비군'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리그 최고의 2루수와 3루수가 빠지고 의외의 선수가 투수진에 포함된 게 대표적이다. 간절한 미필자에게 우승의 부산물인 병역 혜택을 주고, 상대적으로 동기 부여가 떨어지는 군필자들에게는 휴식을 주자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상급 2루수 정근우(32, 한화)의 제외에 대한 논란도 적잖았다. 정근우는 당초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AG 금메달 등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데다 테이블 세터와 대주자 등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단에서는 빠졌다.

이에 대한 정근우의 생각은 어떨까. 미필자들에 대한 이해와 또 그렇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기대가 섞인 의견을 내놨다.

▲"미필자들이 밤새 훈련하는데 가만히 못 있죠"

정근우는 7월 31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AG 최종 명단 제외에 대해 "그동안 국제대회에 많이 나섰고, 올해 잘 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최고의 시즌을 치르고 있는 2루수 서건창(넥센)이 빠진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미필자들의 절실함과 그 강력한 동기 부여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정근우 역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병역 브로커와 함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정근우(오른쪽)가 캐나다와 예선전에서 결승 홈런을 때려낸 뒤 이승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정근우는 "정말 포스트시즌 이상으로 집중력이 발휘된다"면서 "당시에는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도 슬로 화면처럼 눈에 또렷하게 들어오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동메달이 확보되는 일본과 4강전이 결승전보다 더 긴장되더라"고 덧붙였다.

광저우AG에 대한 일화도 들려줬다. 당시 이미 병역을 해결한 상태였던 정근우는 "미필 선수들이 밤에도 안 자고 스윙 훈련을 했다"면서 "추신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숙소 방으로 찾아와 '같이 나가자'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 웃었다.

추신수(텍사스)는 정근우, 김태균(한화), 이대호(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인 절친이다. 추신수는 광저우AG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병역 혜택을 받았고, 지난 시즌 뒤 7년 1억3000만 달러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의 원동력이 됐다.

▲"AG로이드, FA로이드보다 훨씬 세요"

스포츠계에는 'FA로이드'라는 말이 있다. FA와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의 합성어로 FA 자격 취득 직전 선수들이 강력한 동기 부여로 펄펄 나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AG로이드'라는 용어도 존재한다. AG에서 병역 혜택을 바라는 군 미필 선수들의 강력한 전투력을 뜻한다. 대만이 AG 병역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하면서 징병제가 있는 한국만의 스포츠 문화로 남게 됐다.

'이 모습, 인천에서도' 한국 야구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수모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후 광저우에서 명예 회복을 이뤘고, 안방인 인천에서도 같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광저우 대회 우승 뒤 기념 촬영 모습.(자료사진)
그렇다면 FA로이드와 AG로이드, 어떤 게 더 강력할까. 정근우는 "아무래도 AG로이드가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지난 시즌 뒤 한화와 4년 70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2개의 로이드를 모두 경험한 선수다.

정근우는 "FA는 한 시즌을 못했다고 해도 그동안의 성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AG는 그 1년뿐이라 더 절박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정근우도 지난해 타율 2할8푼으로 개인 통산 3할에 못 미치는 시즌이었다.

몸 하나가 재산인 선수들에게 전성기에 2년 가까운 시간을 떠난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 만큼 병역 혜택에 대한 바람은 절실한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이 국위 선양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인지상정으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회 24명 엔트리 중 미필자는 13명이다. 과연 이들의 강력한 AG로이드가 금메달로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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