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는 지난달 10일 밤 마지막 공천 관련 회의를 열어 권은희 전 과장을 광주 광산을 후보로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에 권 전 과장을 공천할 것으로 예상은 됐으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된 순간이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밤 공천을 마무리 지은 뒤 일부 언론인들을 만나 권은희 공천에 대한 고민과 과정을 설명했다.
당시에 참석 언론인들은 권은희 후보의 공천은 잘못됐으며 그 파장이 상상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출신 한 언론인은 "왜 권은희"냐며 "권은희를 공천하면 권은희 전 과장이 폭로한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의 외압이 정쟁거리가 되며 광주를 무시한 것"이라며 김 대표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김 대표는 "천정배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며 "권은희 공천이야말로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선거개입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언론인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권은희 공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공천 당일 밤 중견 언론인들에 의해 제기된 이후 다음날부터 새누리당과 언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겐 최악의 악재가 터진 것이고 수습할 힘도, 노력도 하지 않았다.
권은희 당선자가 야당이 결코 질 수 없는 재보궐 선거판을 집어삼켜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권은희를 공천한다고 발표한 다음날부터 야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선거 일주일을 남겨두고서는 10% 이상 빠졌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수원의 손학규, 경기 평택의 정장선 전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우세한 지지도를 보였으나 권은희 공천 이후 하락하더니 단 한 번도 회복하지 못하고 선거를 끝냈다.
실제로 투표율도 아주 낮았다.
권은희 후보가 출마한 광주는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아주 높은 지역이지만 권은희 출마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는지 실제 투표율은 15개 재보선 지역 가운데 가장 낮은 22.3%였다.
순천곡성 주민들이 새정치연합의 서갑원 후보를 버리고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를 선택한 것도 일정 부분은 권은희 당선자를 공천한 데 대한 분노의 표심이 작용했다.
김갑수 한사련 대표는 "권은희 공천 파문이 야당 후보들에게 직격탄을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경원 당선자에게 929표차이로 패배한 서울 동작을의 노회찬 후보도 권은희 공천의 홍역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 투표일을 맞았다.
김한길, 안철수 대표가 천정배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 사전 여론조사에서 천 전 의원을 이기는 것으로 나온 권은희 전 과장을 무리하게 광주 광산을에 내리꽂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전략공천했고, 허동준 예비 후보가 거세게 항의하면서 공천잡음으로 연결됐다.
그렇지 않아도 절대적인 새누리당 지지자들인 60-70대들이 재보궐 선거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직시하지도 못했다.
결과는 11 대 4의 참패, 정치적 텃밭이자 안방인 전남 순천곡성까지도 새누리당에 내줬다.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 꿈도 꺾였고, 손학규 전 대표의 "저녁이 있는 삶" 약속도 휴지조각이 됐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권은희 공천이 안·김 대표의 사퇴는 물론이고 손학규 전 대표의 퇴장, 정장선 전 의원의 낙마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정치를, 민심을 너무 모른 안철수, 김한길 대표도 땅을 치고 후회할 것으로 보인다. 배는 이미 떠났다.
정치인의 결단, 선택이란 그래서 그만큼 위중하다.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들어갔지만 민심의 싸늘한 경고를 진화된 야당으로 거듭날지도 불투명한 상태인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