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는 전날 프로야구 사상 첫 9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했다. 지난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정근우는 2006년 45도루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9년 동안 빠짐없이 베이스를 훔쳐왔다. 올해 21개째로 통산 290개째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이 코치는 "요즘에는 부상 때문에 많이 뛰지 않는 추세인데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30대를 넘어가면 순발력도 떨어지기 마련인데 몸 관리를 잘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실 도루 하면 이 코치를 빼놓을 수 없다.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릴 만큼 탁월한 도루 솜씨를 자랑했다. 1993년 프로 데뷔하자마자 73도루를 찍은 이 코치는 이듬해 무려 84개를 찍었다. 이는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으로 통산 5번 도루왕에 올랐다.
국내 16시즌을 치르면서 통산 510도루, 역대 2위다. 역대 1위(550개)인 전준호 NC 코치는 19시즌을 뛰었다. 이 코치가 전성기던 1998~2000년 일본 주니치에서 3시즌을 보내지 않았다면 통산 1위 기록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도루는 체력은 물론 부상을 감수하려는 희생도 필요하다"면서 이 코치는 "하지만 홈런이나 안타에 비해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근우도 전날 대기록을 수립했지만 팀 패배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도루가 주는 보이지 않은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코치는 "연봉 협상에서도 도루에 대한 고과는 적다"면서 "하지만 팀에 미치는 공헌을 따지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누상에 발 빠른 주자는 상대 투수들에게는 압박감을, 타석의 타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이어 이 코치는 "그래도 근우가 열심히 뛰어주니 고맙다"면서 "어제 팀이 이겼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말했다. '원조 대도' 이 코치도 못 이룬 기록이었다.
정근우도 이날 "사실 시즌 전에 9년 연속 기록을 목표로 세웠는데 어제 달성하고 울컥하기도 했다"면서 "적지만 도루를 인정해주는 분들도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요즘 투, 포수들의 견제 심해져 어렵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연속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