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겉으로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면서도 뒤로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질 전망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둔 미군이 보유한 탄약과 수류탄, 박격포탄 등 군수품을 이스라엘이 사용할 수 있도록 최근 승인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 비상전시물자(WRSA-I)는 이스라엘 주둔 미군을 위한 것이지만,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이스라엘도 사용 권한을 갖는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열흘 전 군수품 사용을 요청할 당시 비상사태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익명의 군 관계자가 밝혔다.
그럼에도 커비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강한 자위력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적인 이익에도 필수적인 일"이라며 무기 공급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은 미국이 전략 비축분으로 보유하던 40mm 수류탄과 120mm 박격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알자지라는 주 미국 이스라엘 대사관에 해당 무기들이 가자지구 공격에 사용되는지 여부를 물었으나, 대사관측이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 본토를 방어하고 있는 '아이언돔'에도 추가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는 2억 2,500만 달러의 아이언돔 지원 예산을 추가로 배정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교전 23일째인 이날 가자지구 난민들을 수용한 유엔 학교가 공격 받은 사건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유엔은 이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유엔 학교에서 주민 16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 당했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가자지구의 희생자 규모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의 재래시장 공습으로 17명이 숨지는 등 이날 하루에만 가자지구 전역에서 116명이 사망했다.
지난 8일부터 이어진 교전으로 팔레스타인측 희생자는 1,360명을 넘어섰으며, 20만명이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희생자의 80%는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으로 조사됐다. 이스라엘에서는 군인 56명과 민간인 3명 등 59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