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여당압승'에 안도의 한숨

'세월호를 넘어서 경제로 나아가자'는 얘기 더 크게 할 듯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7.30 재보선에서 '박근혜'는 없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선거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웠지만, 이번 7.30 재보선은 사정이 달랐다. 세월호 사고와 인사실패 등으로 박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처지였다.

새누리당·한나라당 역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박근혜 마케팅' 없이 치러진 선거였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이 재보선 15개 선거구 가운데 예상을 깨고 호남 1석을 포함 11석을 가져옴으로써 여당의 원내 과반의석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19대 국회 임기 내내 유지되게 됐다.

재보선에서 여당의 과반 의석이 붕괴됐을 경우 집권 1년 6개월도 안 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사사건건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박 대통령을 비켜갔다.


여당의 '경제살리기' 대 야당의 '세월호 심판' 구도이기도 했던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완승을 거둠으로써 박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기 내각이 들어선 이후부터 경제살리기에 집중했지만, 인사실패의 여진에다, 무엇보다 세월호 정국이 계속 이어지면서 경제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호응이 예전 같지 않았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결과 박 대통령에 대한 반대여론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에 도달한 것은 박 대통령의 어려운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7.30 재보궐선거의 예상외 승리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하지만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참패시킴으로써 최경환 경제팀을 앞세운 박 대통령의 경제 행보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됐다. 세월호를 넘어서 경제로 나아가자는 얘기를 좀 더 강한 톤으로 할 수 있게 됐다.

50여 일 전까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있던 이정현 전 수석이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것은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지만 박 대통령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통합과 관련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이 호남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음으로써 박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살려 나갈 수 있게 됐다. 그의 당선을 계기로 부족했던 대통합 노력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의 재보선 승리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탄탄대로를 깔아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7.30 재보선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것이 크게 없다.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법안·안건의 국회 통과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여야 데탕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부터가 미지수다.

당장 다음 달 초부터 열리는 세월호 청문회의 증인 선정, 세월호 사건 당일 8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 등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예상된다.

하순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1년 6개월을 넘기는 시점인 만큼 그간의 성과에 대한 손에 잡히는 성적표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국가혁신을 위해 제출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정부조직법 등 각종 법안들의 통과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7.30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일절 언급을 삼갔다. 박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데다,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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