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국회의 요구에 따라 로봇물고기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개발 성과가 과장되고 기술적 결함은 숨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로봇물고기' 사업은 지난 2009년 1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홍보영상 형태로 처음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4대강 사업이 수질오염과 환경파괴를 불러올 것이라는 논란이 일자 대안으로 수질조사용 로봇물고기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그 결과 57억 원의 세금을 들여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주도로 로봇물고기 개발사업을 벌였고 청와대는 이 사업이 성공하면 해외에 수출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물고기 개발이 완료된 뒤 산업기술연구회는 사업이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로봇물고기를 개발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발표자료를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그동안 제작된 로봇물고기의 성능을 시험하는 실환경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당초에는 3대 이상의 수중로봇을 이용해 성능확인을 할 예정이었으나 그동안 제작된 로봇물고기 9대 중 7대가 이미 고장 난 상태였다.
그나마 작동하는 2대를 시험한 결과 유영속도의 경우 1초에 2.5m를 헤엄쳐야 하지만 실제로는 23㎝밖에 나아가지 못했다.
수중 통신속도와 통신거리의 경우도 실제 테스트 결과 보고서에 기록된 것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또, 생산기술연구원 등은 수온과 산성도 등 측정센서 5종을 장착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환경 테스트에서는 테스트 중 수질측정센서가 장착된 수중로봇의 작동이 중단돼 전기전도도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측정조차 할 수 없었다.
이와 함께 생산기술연구원 등이 로봇물고기 개발 과정에서 취득했다고 밝힌 한국특허 39건 중 29건(74%), 그리고 발표한 논문 39건 중 15건(38%)이 로봇물고기 연구과제의 연구결과가 아닌데도 연구성과에 포함된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처럼 이 사업을 추진한 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성과를 부풀려 성공한 것처럼 발표하고 보고서를 조작한 것은 당시 대통령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 결과 국민들의 혈세는 낭비됐고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크게 떨어지게 됐다.
전문가들과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무리한 욕심과 잘못된 판단만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얼마나 왜곡되고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로봇물고기 개발사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