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지 뉴욕 포스트는 30일(한국 시각) '내셔널리그(NL) 힘의 균형은 좌완 1명에 달려 있다'(NL balance of power riding on one left arm)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보스턴이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에이스 존 레스터의 거취를 전망하는 내용이다.
NL은 물론 월드시리즈 패권을 노리는 팀들이 레스터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LA 다저스를 비롯해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밀워키 등이다. 어느 팀이든 가능성이 있지만 보스턴이 유망주를 데려오고 올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레스터를 또 영입할 계산을 하고 있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주목할 부분은 다저스의 선발진 평가에서 류현진에 대한 표현이다. 이 매체는 "다저스는 지구 최고의 선발 투수(클레이튼 커쇼)와 탁월한 2선발 잭 그레인키, 과대평가된 3선발(an overrated No. 3) 류현진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4승, 실력으로 과대평가 논란 잠재워
류현진의 성적과 몸값을 감안하면 과대평가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오히려 과소평가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올해 류현진은 12승5패 평균자책점(ERA) 3.44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29일 기준으로 MLB 전체 다승 공동 2위에 사이영 듀오 커쇼(12승2패)-그레인키(12승6패)에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다저스에서는 3선발이지만 성적만 놓고 본다면 어지간한 팀의 1, 2선발을 능가하는 성적이다. 미국 현지 중계에서도 이런 말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평균 연봉 600만 달러로 몸값 1000~2000만 달러를 호가하는 쟁쟁한 에이스들과 비교해 전혀 밀리지 않는 성적이다.
사실 류현진에 대한 과대평가 논란은 지난해 MLB 데뷔 전에 있었다. 2012시즌까지 한국에서 7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을 거쳐 6년 3600만 달러(약 370억 원)에 계약을 맺은 다음이었다. MLB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 포스팅 입찰액까지 6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투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해 실력으로 이런 논란을 잠재웠다. 14승8패 ERA 3.00의 성적으로 당당히 MLB 수준급 선발임을 입증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오히려 헐값에 데려왔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올해도 류현진은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하고 커브를 더 날카롭게 연마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과대평가는 사견" 류현진, PS에서도 강했다
류현진이 MLB 포스트시즌 경력이 적어 나온 표현으로 해석된다. 셔먼은 "커쇼-레스터-그레인키로 시작되는 선발진은 당장부터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10월까지 강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스터가 다저스에 가세할 경우 류현진이 4선발로 밀릴 것이라는 얘기다.
류현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앞둔 정규리그 후반 3선발의 입지가 조금 흔들리기도 했다. 당시 시즌 중 영입된 4선발 리키 놀라스코(현 미네소타)가 상승세를 탔고 류현진이 첫 MLB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정규리그 내내 팀에 공헌한 류현진을 3선발로 고정, 신뢰를 보냈다.
류현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애틀랜타와 NL 디비전시리즈에서는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세인트루이스와 NL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맹활약했다. 3차전 선발로 나와 7이닝 4탈삼진 3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다저스를 벼랑에서 구해냈다. 한국인 빅리거 첫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도 아직까지 현지에서 과대평가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는 류현진. 정상급 선발의 기준인 15승을 거둬도 그런 표현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