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목사,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등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은 최근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탄원서에서 "전염이 두려워 나병 환자들에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며 "누가 어떤 죄를 범했든, 도움을 요청하면 그 죄를 묻지 않고 구원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종교인의 마음과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어리석은 갈등으로 국력을 소진하기보다 서로 간의 이해와 포용이 허용되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며 "소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7명의 피고인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김영주 총무 목사, 남궁성 교정원장 등도 자승 총무원장과 같은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했으며, 염수정 추기경의 경우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 3일 구속 피고인들의 가족을 직접 만나 1시간 가량 면담한 뒤 선처를 호소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은 탄원서에서 "예수님께서는 (죄 지은 자를)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며 "가톨릭이 오랜 역사를 통해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도움을 주었던 것은 이런 예수님의 가르침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은 미움 보다는 용서를 선택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 믿고 있다"며 "재판부가 법의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동시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청한다"고 했다.
앞서 피고인들의 가족은 1심 선고 후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피터 턱슨 추기경을 통해 이 사건 내용을 프란치스코 교황에 알렸고, 지난 5월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알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4대 종단의 대표들이 이 의원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단체들은 반발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4대 종단 지도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종교적이며 국민들의 정서와 법 감정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재향군인회는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하여 종교의 이름으로 압력을 행사하려는 행위는 지극히 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라며 "종교 지도자들은 선처 탄원이 순전히 종교적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국민이 얼마나 수긍할 것인지도 한 번쯤 고민해봤어야 한다"고 말했다.
4대 종단 대표들의 이례적인 탄원서 제출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도 찬반 여론이 불붙고 있다.
한편 28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형량인 징역 20년을 다시 구형했다. 검찰은 "상당기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지 않으면 제2,제3의 내란모의를 계속할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의 변호인측은 "한 번의 강연과 토론이 있었을 뿐 이전에 내란음모를 진행했다거나 실제로 내란으로 나아가는 어떠한 징후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2주 뒤인 다음 달 11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