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날 경기는 상승세를 보였던 최근 2경기보다는 다소 부진했다. 류현진은 지난 14일 샌디에이고와 홈 경기에서 6이닝 10탈삼진 2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10승 고지에 올랐다.
후반기 첫 등판인 22일 피츠버그 원정에서도 7이닝 5탈삼진 5피안타 2실점으로 11승째를 따냈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상의 쾌투를 펼친 셈이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은 앞선 2경기에는 조금 못 미쳤다. 6이닝 3실점, 기본적인 선발 선발 투수의 덕목을 수행해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1회부터 최고 구속 153km를 찍는 등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3회 류현진은 타율 1할대의 댄 어글라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2사에서 천적 헌터 펜스 등 연속 안타를 맞고 먼저 실점했다. 1-1 동점이 된 4회도 3안타로 역전을 허용했다. 팀이 4-2로 전세를 뒤집어준 5회는 버스터 포지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다.
▲'안방 싹쓸이패는 안 돼!' SF 필사의 저지
하지만 올 시즌 12승 중 어떤 승리보다 값진 의미를 지녔다. 올해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경기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필사의 각오로 임한 상대 추격을 뿌리치고 굴욕적인 홈 3연패를 안겼다. 향후 지구 우승 레이스에서 SF에 제대로 심리적 충격을 줄 만한 승리였다.
당초 이날 경기는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3연전 중 앞서 2연패를 당한 SF의 거센 반격이 당연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브루클린, 자이언츠의 뉴욕 시절부터 100년 라이벌 관계, 홈에서 스윕만큼은 저지해야 하는 SF였다.
SF는 26, 27일 차례로 다저스의 사이영상 듀오 잭 그레인키-클레이튼 커쇼에 막혀 치욕적인 2연패를 당한 터였다. 26일에는 다저스 역사상 113년 만에 1경기 3루타 3개를 때려낸 야시엘 푸이그를 지켜봐야 했다. 그레인키는 1이닝 4탈삼진의 진기록까지 세웠다.
SF는 이날 팀 사상 처음으로 1경기 3루타 5개를 허용하기도 했다. 27일에는 커쇼에게 완봉승을 헌납했다.
더욱이 SF는 이날 선발로 회심의 카드를 내놨다. 보스턴에서 사이영상 수상자인 우완 제이크 피비를 경기 전날 긴급 수혈했다. 유망주 2명을 보내면서까지 올해 다저스와 지구 우승 경쟁에서 내놓은 승부수였다. 그만큼 필사적이었다.
▲다저스, 류현진 승리로 지구 1위 경쟁 우위
류현진에 이어 다저스는 J.P 하웰, 전 SF 마무리 브라이언 윌슨, 마무리 켄리 잰슨까지 필승조를 투입해 승리를 일궈냈다. 앞선 2명 선발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 더 값졌다.
3연전에 앞서 SF에 1.5경기 차로 뒤졌던 다저스는 기분좋은 3연승으로 오히려 1.5경기 차 앞선 지구 1위를 달렸다. 만약 류현진이 무너졌다면 0.5경기 차 2위로 내려앉아설 판이었다.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 구상에서 최강 3명 선발을 SF와 3연전에 맞춘 보람이 있었다. 다저스는 올스타 휴식기에도 5선발 댄 해런부터 선발진을 가동했는데 그레인키-커쇼-류현진이 SF와 시리즈에 등판하게 하려는 복안이었다.
상대 전적도 많이 회복됐다. 당초 올해 SF에 3승7패로 밀렸던 다저스는 6승7패, 5할 승률을 바라보게 됐다. 남은 6경기에 따라 심리적 우위도 찾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에서 류현진의 호투가 그만큼 빛났던 경기였던 것이다. 시즌 뒤 2014년을 돌이켜볼 때 가장 값진 승리로 기억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