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이 금지됐지만 올라타는 승객들을 운전사도 말리지 못했다.
20여분을 기다리다 겨우 버스를 탄 김혜경(34) 씨는 "안전 때문에 입석 승차를 금지했더라도 제 시간에 출근은 할 수 있도록 무슨 조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급한 마음에 무작정 입석으로라도 차에 타지만 매일 아침마다 죄 짓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가 내려진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정부의 긴급 대응책에도 출퇴근 시간 버스 이용객들의 좌석난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급기야 정부는 다음 달 중순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던 단속도 승객들의 반발을 고려해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광역버스 입석 금지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버스를 증차하고, 전철 운행도 늘렸다.
국토부는 당초 62개 노선 222대의 버스를 증차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승객들의 불편이 커지자 전세버스를 동원해 71개 노선 259대의 버스를 늘리기로 했다.
또 출퇴근 시간에 맞춰 경인선 급행열차 4회, 경원선 4회, 경의선 4회, 분당선 2회 및 경부선 주간열차 4회 등 광역 전철의 운행을 총 18회 증편했다.
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대책없는 버스 증차로 서울 일부 지역에선 수십대의 버스가 일시에 몰리면서 정체를 빚었으며, 급하게 투입된 전세버스 기사들이 길을 잃고 헤매 승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의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에 대한 졸속 행정에 이은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정부가 입석 금지가 가져올 비용 증가나 불편 등에 대한 면밀한 준비 없이 무턱대고 제도 시행에만 급급해 시민들의 불편만 키웠다는 비판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경기도와 도내 일부 지자체들은 승객 편의를 이유로 입석 탑승을 사실상 재허용한 상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출퇴근 시간 승객들이 몰리는 정류장에 공무원과 버스업체 직원들을 내보내 대기 승객이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되면 제한적으로 입석을 허용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많은 버스 증차로 일부 지역에선 정체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광역 환승 센터를 설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가 대책으로 내놓은 '광역 환승 센터'의 경우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해, 출퇴근 시간 수도권 시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