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회장의 시신을 제때 확인하지 못해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추궁이 경찰 핵심 수뇌부로 확산되는 가운데 인천경찰이 그나마 경찰 체면을 살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유대균 씨에 대한 인천경찰청의 추적은 지난 6월 3일 지방청 광역수사대에 '유병언 부자 검거 총괄 전담팀'(TF)이 설치되면서부터다.
인천청 광수대는 유 전 회장보다는 장남 유 씨를 검거하는 데 주력했다. 당시 유 전 회장은 전남 순천지역을 중심으로 도피 중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에 유 전 회장 검거작전은 전남경찰청이 주도했다.
인천청 광수대는 TF 구성 다음날인 6월 4일 서울에서 유 전 회장의 처남 권오균(64) 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같은 날 수원에서는 장남 대균 씨의 측근인 구원파 자금 관리책 이모(57) 씨도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측근들을 잇달아 검거하면서 유 씨에 대한 검거망도 좁혀지는 듯했지만 유 씨의 도피 행적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유 씨가 지난 4월 22일 이후 용인의 오피스텔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은신한 탓에 유 씨의 도피행적을 찾는 작업은 별다른 진전을 볼 수 없었다.
인천청 광수대는 결국 이달 초부터는 유씨의 도피를 돕는 것으로 추정되는 수행원·가족·친인척·구원파 신도 등 1,000여 명에 대한 아파트·오피스텔 등 부동산 이용 현황자료를 취합하며 분석작업에 돌입했다.
밤샘작업이 연일 이어지던 중 지난 24일 밤 유 씨 수행원의 여동생인 하모(35) 씨에게서 드디어 의미 있는 단서 하나가 발견됐다.
경찰은 하 씨가 2007년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가입신청서에 기입한 주소지가 용인 오피스텔이었는데 요금 청구서는 안성의 한 아파트로 발송된 점을 주목했다.
인천청 광수대는 하 씨가 오피스텔에 살지 않는다면 유 씨의 은신장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막연한 추정 아래 지난 25일 오전 오피스텔 주변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오피스텔 폐쇄회로(CC)TV 분석을 해보니 하 씨의 716호실에는 사람의 출입 흔적이 없는데도 전기·수도계량기는 계속 돌아갔다.
인천청 광수대는 김상식 조직팀장 등 8명으로 검거팀을 구성, 오후 5시 유 씨 신병 확보에 돌입했고 결국 2시간의 대치 끝에 유 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여) 씨 그리고 오피스텔을 빌려준 하 씨를 끈질긴 추적 두 달여 만에 검거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인천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광수대 팀원들은 유 씨의 은신 용의장소가 나타날 때마다 전국 어디든 곧바로 출장을 가야 했기 때문에 다들 속옷 가방을 1개씩 들고 다녔다"며 "다른 도피 조력자들을 추가 검거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