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차관급 인사의 경우 일찌감치 하마평이 돌면서 인사 교체가 예상됐지만 김덕중 현 국세청장의 교체 소식은 갑작스럽다는 것이 국세청 내부의 평가다.
김덕중 청장은 청장 교체 발표 사흘 전인 지난 22일 '국세청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부이사관 승진 인사를 단행했고, 전날인 24일에는 복수직 서기관과 행정사무관 전보인사를 했다. 다음달에는 첫째주 3~4일 가량 휴가일정을 잡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과장들은 물론 국장들이 "청장 교체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놀라는 이유다.
김 청장의 후임에는 대구고 출신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배인 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내정됐다.
임환수 서울청장은 행시 28기의 유력한 국세청장 후보로 꼽혀온 인사여서 임 서울청장의 신임 청장 내정 자체에 대해 국세청 내부에서는 "적임자가 됐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임 서울청장이 지난달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낸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자리로 이동했다가 차기 국세청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갑작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장 교체를 두고 국세청 안팎에서는 "2기 경제팀 출범에 따른 분위기 쇄신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유병언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아니냐", "국세청 차장 인사와 지방국세청장 인사도 미루는 등 보신주의 때문에 (청와대에) 밉보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국세청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문책성 인사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덕중 청장은 물론 백운찬 관세청장과 민형종 조달청장 등 기재부 외청의 수장들이 모두 교체됐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이번 차관급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관피아 논란으로 기재부 인사들이 민간으로 가는 길이 막히자, 다른 공무원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채우는 점령군으로 나섰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장 자리는 국세청 내부인사로 채웠지만 관세청장 자리는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이, 조달청장 자리는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기재부 외청 수장을 제외하고도 실세 차관인 기재부 1차관은 차관보를 하다가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잠시 자리를 옮겼던 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이 채웠고, 2차관 역시 기재부 예산실장이 자리를 옮기는 등 기재부 인사들로 채웠고, 기재부 2차관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재부 자리는 기재부 인사들이 챙기고, 기재부의 영향이 미치는 자리 역시 기재부 인사로 채운 셈이다.
한편 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다음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가운데 국세청 청장과 청장을 보좌하는 차장, 최대 지방청인 서울지방국세청 자리가 모두 빈 상태에서 국세청장 청문회와 국회 국정감사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청장과 차장 등이 직접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단계를 밟아야 하다는 부담이 있다"며 "죽음의 8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