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 120주년, 중국이 조용한 이유는?

[김선경의 Behind China]

중국 사회의 이슈, 그리고 이면의 얘기를 살펴보는 '김선경의 Behind China'는 매주 금요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청일전쟁 (사진=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청일전쟁 120주년을 맞은 25일 중국은 조용하다. 이른바 '꺾어지는 해'에 각종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하는 일반적인 중국의 모습과는 다르다.

중국의 당·정·군 학계 인사 120명이 중국국가도서관에서 '갑오전쟁(청일전쟁의 중국 명칭) 120주년 연구토론회'를 개최하기는 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기념행사를 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노구교(盧溝橋)사건이 발생했던 7·7사변 77주년이었던 지난 7일 '항일과 77주년'을 부각시키며 국가 최고지도자까지 기념식에 참석해 대대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던 것과도 대조된다.

청일전쟁에서 일본에게 처절하게 패배하면서 중국은 사실상의 '망국'의 길로 들어섰다.

중국대륙은 열강에 분할 당했고, 이후 계속된 내전과 중일전쟁으로 중국인들은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중국이 조용한 데는 우선 이런 배경이 작용한 듯하다. 중국으로서는 치욕적인 전쟁을 굳이 부각시키고 싶지 않은 듯하다.

또 청일전쟁은 민생을 도탄에 빠트렸던 앙시앙 레짐(舊체제), 청나라가 무너지는 소리였을 뿐 중국 공산당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도 기념행사를 갖지 않는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기념행사는 없지만, 중국공산당은 은연중에 결연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날 패전의 결과로 겪어야 했던 '굴욕'을 일일이 복기하며 '갑오년을 떠올리며 길고 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을 직접 비난하기보다는 자기반성에 초점을 맞추고 역사의 교훈을 찾자는 의도로 읽힌다.

청일전쟁 패배의 원인을 부패에서 찾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인민일보는 "가장 먼저 지탄받아야 할 것은 바로 '부패'"라며 "국운상실, 전쟁패배, 민족 위난의 배후에는 모두 청 말기의 부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내부적으로 시진핑 주석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있다.

대대적인 행사만 없을 뿐 내부단속과 외부 경계에 기념일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시각을 한국으로 돌려보면 청일전쟁은 남의 전쟁이 아니다. 한반도의 운명을 놓고 두 강대국이 한반도에서 벌인 전쟁이다.

120년이 지난 지금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밖으로는 중국과 일본이 또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안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진행형이고 잇따른 인사 실패까지 겹치면서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가개혁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청일전쟁 발발일을 맞아 자기반성과 역사의 교훈을 찾아야 할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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