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시간 추정 왜 안되나?

장기훼손 심각, 냉동고 방치도 '한몫'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원인은 물론 사망시점까지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


이유는 뭘까?

통상 변사체가 발견되면 경찰과 법의학자들은 변사자가 먹은 음식물의 소화 정도, 온도와 습도에 따른 부패균의 침습 정도, 그리고 구더기와 번데기의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사망시점을 역추적한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경우 지난달 12일 변사체로 발견됐을 당시 부패가 이미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얼굴은 각종 곤충과 쥐 등에 의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코와 입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파리가 낳은 구더기가 이미 장기까지 침투해 위와 장 등 내부 장기를 훼손했다.

음식물에 의한 사망시간 추정 자체가 원천봉쇄된 것.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병언 시신을 정밀 감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국과수는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종민기자

검찰과 경찰의 업무 협조가 원할히 돼 시신을 조금이라도 빨리 찾았으면 사망시점 추정이나 사망원인 추정도 가능했다는 얘기다.

뒤늦게 발견된 유 전 회장이 단순 변사자 처리되면서 시신이 냉동고에 방치된 것도 사망시간 추정 불가에 한몫했다.

부패균의 침습 정도와 구더기, 번데기의 크기, 활동성 등을 가늠할 잣대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현재 사진으로는 구더기와 번데기가 같이 있는 것으로 봐서 죽은지 10일이나 15일 이상 됐다고 판단할 뿐 더이상의 추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 시신 발견 당시 법의학자가 동행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사인 발표에 자리를 함께한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수는 "불행하게도 이번 사건은 현장에 대한 법의학적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사인을 밝히지도 못하고 사망경과 시간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시신이 뒤늦게 발견됐더라도 법의학자가 동행해 유 전 회장이라는 게 좀 더 빨리 확인됐다면 발견 당시에 다른 방법들을 총동원해 사망원인 규명과 사망시점 추정 시도는 해봤을 거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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