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가 단독 입수한 순천경찰서의 부검의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월 12일 순천시 서면 학구리 야산에서 발견된 변사자에 대해 광주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는 '사인을 명확히 한 뒤 유족에게 사체를 인도하라'는 검찰의 지휘에 따른 것이다.
이튿날인 6월 13일 광주 국과수에서 1차 부검이 진행된 뒤 '시신은 유 씨가 맞다'는 감정 결과가 통보되는 21일까지 유 전 회장의 시신은 40일 동안 순천의 장례식장에 방치됐다.
이 과정에서 유 씨의 유류품도 경찰서가 아닌 장례식장 안치실에 시신과 함께 보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소주병 등 유류품 사진만 찍은 뒤 해당 물품을 모두 순천장례식장 직원에게 인계했다. 소주병과 막거리병 등에 대한 지문 감식이나 약물 검사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유 씨의 사인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소주병 등에 남겨진 지문과 병 안의 내용물이 주요 증거가 될 수 있음에도 이를 방치해 주요 증거를 놓친 셈이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 씨의 시신이 들어올 때 경찰 입회하에 소주병과 스쿠알렌 병 등을 전달받아 안치실에 보관했다"며 "나중에 경찰이 와서 다 수거해 갔다"고 전했다.
평소 유 씨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타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팀이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수사에 정통한 경찰 관계자는 "타살인지 자살인지 사인이 불명확한 경우 시신 주변에 있던 술병이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문 감식 후 과학수사팀이나 경찰서 압수물 창고에 보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순천서 직원들이 유 씨를 단순 노숙인으로 생각해 사건과 증거 자체를 안이하게 본 것 같다"며 "좀 더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고 증거를 보관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 씨의 시신과 함께 주요 증거를 40일 동안 장례식장에 보관하던 경찰은 지난 21일 DNA 검사를 통해 유 씨의 신원이 확인되자 시신과 유류품을 챙겨 부랴부랴서울 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겼다.
한편 유 씨의 사인을 조사해 온 국과수는 25일 오전 10시 유 씨의 사인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