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측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격추되기 전에는 부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전해왔으나 격추사건 이후에는 부크 미사일 보유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다.
우크라이나 반군 소속 '보스토크'(동부) 대대를 이끄는 알렉산드르 호다코프스키는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부크 미사일이 루간스크에서 유입된 것으로 안다"며 "당시 '루간스크인민공화국'(LNR) 깃발을 단 부크 미사일 한 기가 (도네츠크로) 옮겨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루간스크는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피격돼 추락한 도네츠크주(州)에 인접한 주로, 이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들은 각각 '루간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자체 선포한 상태다. 여객기는 도네츠크주 소도시 토레즈와 스네즈노예 인근 지역에 격추됐다.
호다코프스키는 이어 미사일 발사 주체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미사일을 (루간스크로) 되돌려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부크 미사일을 제공했는지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제공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전체적인 지역 주도권 아래 부크 미사일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호다코프스키는 도네츠크주 분리주의자들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소속 대대장으로 최근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반군 지도자인 이고르 기르킨(일명 스트렐코프)과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겪어 왔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부대는 부크 미사일을 보유한 적이 없으며 다른 부대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다코프스키는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군의 부크 미사일 보유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고 지점 인근 지역에 불필요한 공습을 강행해 반군의 부크 미사일 발사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이 부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음에도 민간 항공기들의 안전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전투기를 동원해 불필요한 목표물을 공습하는 등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지도록 도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객기 격추 당일에도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사고 지점을 운항하는 그 시점에 우크라이나 전투기들이 인근 지역을 집중적으로 비행했다고 말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총리 알렉산드르 보로다이는 24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네츠크 반군이 부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호다코프스키의 주장을 반박했다.
보로다이는 "우리는 부크 미사일을 제공받은 바 없으며 우리 지역에 부크 미사일이 배치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호다코프스키도 로이터 통신이 전한 내용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번복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주 간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는 무기가 늘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며 "여객기 격추 이후에도 무기가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