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항기 블랙박스 회수…조종사과실 등 조사(종합)

화상 시신 많아 DNA 조사…마잉주 "철저 원인규명" 지시

대만 당국이 48명의 사망자를 낸 대만 국내선 민항기 비상착륙 사고와 관련해 블랙박스 판독과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 교통부 민용항공국과 항공안전조사위원회(ASC)는 대만 서해안 펑후(澎湖)섬 마궁(馬公)공항 인근 사고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에 대한 정밀 판독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항공 당국은 항공기 잔햇더미에서 2개의 블랙박스를 모두 확보했다.

항공조사위는 블랙박스가 비상착륙 과정에서 변형되고 일부 훼손됐지만, 기록 복원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국은 악천후 등 기상 상황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과 함께 조종사 과실이나 기체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중화권 항공 사고분야 전문가들도 다양한 분석을 제기했다.

순간적인 강한 측면 바람으로 항공기가 균형을 잃었을 가능성과 낙뢰를 맞았을 가능성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항공전문 월간 잡지인 항공지식(航空知識) 왕야난(王亞南) 부편집장은 대만기 사고가 태풍이 지난 직후 강풍과 폭우 등이 계속된 상황에서 발생한 점 등을 거론하면서 "저공비행 시 풍속 급변현상으로 말미암은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생존 탑승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선(先) 공중 폭발이 있었다는 진술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대만 당국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만 당국은 악천후 속 무리한 항공기 운항 논란과 관련해서는 "가시거리가 정상적인 착륙허가 범위 내에 있었으며 착륙에 지장을 줄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고 관계기관에 사고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라틴아메리카를 방문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을 통해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와 중국 국민당 측에 "나와 대륙 인민들은 사고 희생자들을 깊이 애도하고 희생자 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대만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신원 미확인 시신에 대해서는 DNA 조사를 통해 신분을 확인할 계획이다.

당국은 사고기가 비상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활주로 주변 민가 등과 충돌한 뒤 동체에 불이 나는 바람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시신이 많아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4명의 사망자 신원이 확인된 상태다.

앞서 승객 54명과 승무원 4명 등 58명을 태운 대만 푸싱(復興)항공 소속 ATR-72형 터보프롭기(편명 GE-222)가 전날 오후 7시6분(현지시간)께 펑후섬 마궁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비상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주변 민가 등과 충돌하면서 불이 나 24일 오후 4시 현재 48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일부 부상자들은 신속한 치료를 위해 대만 본토로 이송됐다.

대만 교통부는 이번 사고 과정에서 주변 민가 8채가 파손되고 주민 5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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