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유채영은 1989년 안양예술고등학교 재학 당시 17세의 나이로 그룹 푼수들 멤버로 발탁됐다. 이후 1994년 그룹 쿨 1집 앨범 '너 이길 원했던 이유'로 연예계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당시 유채영은 청순한 미모와 대비되는 파격적인 삭발 패션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쿨과의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이듬해 혼성그룹 어스로 활동했고 1999년에는 아예 솔로로 나섰다.

유채영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연기자 및 방송인으로 전향한 뒤다. 청순한 외모로만 조명받았던 그가 자신에게 내재된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채영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몸 사리지 않는 과장된 표정으로 웃음을 안기며 방송인으로서 잠재된 끼를 마음껏 펼쳤다.
연기자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영화 ‘색즉시공2’(2007)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 ‘색즉시공’(2002) 드라마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기’(2013) ‘패션왕’(2012) 등에서 개성 강한 감초 역할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런 유채영의 긍정 에너지는 MBC 라디오 ‘좋은 주말 김경식, 유채영입니다'의 청취자들에게도 전달됐다. 지난해 10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는 철저한 프로의식을 보였다. 그는 병세가 악화된 7월초까지 항암치료를 병행하며 라디오 진행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이런 열정이 빛을 발해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9월, 지금의 남편 김주환 씨와 결혼했다. 10년 간 친구로 지내온 두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 유채영보다 1살 연하인 남편 김씨는 유채영이 가수에서 방송인으로 전향하고 매니저가 없던 시절, 유채영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도맡을 정도로 두사람의 애정이 깊었다. 그는 유채영의 입원 소식이 알려진 21일, CBS노컷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평소 시청자들에게 유쾌함을 안겼던 채영이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김씨는 유채영의 임종 순간을 함께 했다.
40살 짧은 생을 뒤로 하고 하늘이 별이 됐지만 많은 팬들은 유채영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기억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