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42)씨는 여느 아빠들처럼 일이 바빠 아들과 자주 놀아주지 못한 '평범한' 아빠였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로 아들 고 김승태(17)군을 잃은 뒤 평범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유가족들과 함께 1박 2일 도보 행진길에 오른 김 씨의 백팩에는 손바닥만한 아들의 증명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이 실물보다 훨씬 못 나왔다"고 아들 자랑을 하던 김 씨는 평소 아들을 자주 보지 못한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생활이 있다 보니까 자주 보지 못했어요. 이제는 항상 같이 데리고 다니려고요."
아이를 바다에 잃은 뒤 회사까지 그만두고 지금은 국회의사당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농성하며 특별법 제정에 매달리고 있는 김 씨.
사고 후 100일 동안 아들을 잃은 슬픔만큼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특별법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이다.
"특별법 제정해서 우리 애들 억울함 풀어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만들어보자는 건데, 각종 인터넷 댓글과 비난이 정말 상처에요. 지지해주는 분들도 많지만 그런 말에 상처를 많이 받더라고요."
고 김승혁 군의 아빠 김상길(51)씨는 요즘 자신보다 남아있는 김 군의 쌍둥이 형이더 신경쓰인다.
"다행히 쌍둥이 중에 형은 다른 학교에 다녀서 살았다"며 희미하게 웃는 김 씨는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도보 행진에도 오지 못하게 했지만 정작 자신과 아내는 몰래 숨죽여 울 때가 많다.
김 씨는 "시에서 하는 치유 프로그램보다 같은 처지의 가족들과 이야기 하는게 훨씬 치유되는 것 같다"며 "아직도 자신들을 불편하게 보는 주위의 시선에 힘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혼 후 10년 넘게 혼자 키운 외동딸을 세월호에서 잃은 김진철(50)씨도 희생자 가족들 사이에서 위안을 얻는다.
집에 남아있는 딸의 흔적 때문에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신 뒤 집에 들어간다는 김 씨는 "특별법이 빨리 통과돼야 하지만 통과된 이후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도 문제"라고 말했다.
"저는 요즘 오로지 술 생각밖에 없어요. 밖에서는 좀 덜해요. 유가족이랑 있으면 덜한데 개인플레이 하면…특별법 통과돼서 가족들이 서로 헤어지면 잘못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 "세월 지나면서 그리움 더해져…특별법 오해에 상처 더 깊어져"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움은 더욱 깊어졌지만 점점 희미해져가는 사람들의 관심에 가족들은 애가 탄다.
희생자 가족들이 의사자 지정을 요구했다는 오해로 곱지 않은 시선까지 더해지면서 가족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졌다.
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55)씨는 "의사자를 지정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전혀 없는데 국민들이 왜 그렇게 알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빨리 특별법이 통과돼 수사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날짜가 지나면서 국민들은 세월호 사건을 서서히 잊는데 우리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고 그리워지니…사고 났을 때 보다 지금이 더 그리워요. 보고 싶고."
진도에서 그리고 국회에서 100일 동안 가족의 빈자리를 채우려 몸부림쳤던 가족들의 가슴은 이제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에 멍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