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기 통해 전염 가능성"<사우디연구진>

WHO "전 세계 감염자 834명 가운데 288명 숨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연구진이 낙타 농장에서 채취한 공기 샘플에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단편(genetic fragments)을 발견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걸프뉴스가 23일 보도했다.


미국 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 온라인 저널인 '엠바이오'(mBio)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메르스 감염 환자인 43세 남성이 소유한 제다 남부의 한 낙타 농장에서 사흘간 매일 공기 샘플을 채취했다.

같은 달 7일 처음 채취한 공기 샘플에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단편이 발견됐다. 또한 메르스에 감염된 이 남성과 낙타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낙타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은 날이다.

다만 둘째 날과 셋째 날 채취한 공기 샘플에서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단편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킹파드 의학연구센터의 에삼 아즈하르 특별전염병연구팀장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다만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남아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즈하르 팀장은 또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낙타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는 증거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낙타를 기르거나 도축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작업시 반드시 마스크와 장갑 등을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초에도 사우디의 또 다른 연구진이 병든 낙타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메르스에 감염돼 죽은 남성에게서 발견된 바이러스를 비교한 결과 게놈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메르스는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 전 세계에서 8천273명이 감염돼 775명이 숨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치사율 9%)의 '사촌격'으로 인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리던 이 바이러스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해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라는 이름이 붙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우디에서는 2012년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지난 22일 현재까지 721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297명이 숨지고 391명이 완치됐으며 32명은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사우디 보건부는 밝혔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14일까지 전 세계에서 메르스 감염이 보고된 환자는 834명이며 이 가운데 288명이 숨져 34.5%의 치사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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