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에 파견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찰단은 22일(현지시간) 도네츠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가장 큰 파편 가운데 하나였던 비행기 꼬리 부분이 난도질당한 것이 분명하다"며 "큰 파편은 두 동강 나고 작은 잔해들도 대거 위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미국 N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미카엘 보치우키프 OSCE 대변인은 시신을 꺼내려는 조치였을 수도 있지만 조종석 부분까지 전기톱으로 잘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OSCE는 격추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18일부터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매일 사고현장을 관찰했으며 지난 21일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조종석과 1등석 일부를 전기톱으로 해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치우키프 대변인은 "우리가 떠날 때쯤 사람들이 가스 추진식 장비로 동체를 자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습된 시신들이 냉동열차에 실려간 지 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시신 일부가 사고 현장에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철두철미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고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는 사고현장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의 사고현장 통제가 장기화되면서 비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주의 토니 애벗 총리는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이를 덮으려고 한다"며 "광범위한 규모의 증거 인멸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숨기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이 같은 행동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에 대한 모욕이며 국제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반군이 미사일 공격으로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한 사실을 감추려고 증거 은폐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또 "반군이 항공기 잔해를 러시아로 보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