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 등에 따르면 당국자들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도청자료와 위성사진, 반군이 인터넷에 올린 글 등을 근거로 말레이시아 여객기는 우크라니아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들이 발사한 SA-11 지대공 미사일(부크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은 반군이 미사일로 말레이기를 격추한 배경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실수였을 거라는 것"이라며 "훈련을 부실하게 받은 무리"가 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군은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군용기 12대를 격추한 바 있다.
이 당국자들은 과거에도 실수로 미사일이 발사돼 여객기가 격추된 사건들이 있었다며 1983년 소련의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과 1988년 미국의 이란 여객기 격추 사건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당국자들은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니아 반군의 미사일 발사에 관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 피격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데 대해서는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그동안 우크라니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고 훈련을 지원해 왔으며 특히 최근 몇주 사이에는 그 강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현재로서는 정확한 미사일 발사 주체를 알 수 없으며 미사일 발사 현장에 러시아측 요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크라니아 정부군이 말레이기를 격추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시 그 일대에 정부군이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았고 상공에서는 반군의 위협이 없었기 때문에 미사일을 발사할 동기도 없다"며 일축했다.
이 정보 당국자들은 러시아와 러시아의 관영언론이 말레이시 여객기 격추 사건을 오도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익명을 전제로 브리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자국 국방부가 자체 확보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 관련 자료들을 유럽연합(EU)과 미국 측에 넘겼다며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단계에서 사고 원인 등을 예단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치조프 EU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어와 영어로 된 자료들을 관련국들에 보냈다"며 "아직 EU 측의 반응은 없다"고 밝혔다.
치조프는 "미국은 예상했던 대로 러시아의 자료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반증을 제시해야 하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 정치인들이 사고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여객기 추락 원인과 상황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며 "조사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조사 과정에 대한 압박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