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서는 2~3주 전부터 김진태 검찰총장이 유병언 검거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음알음 전해졌다.
또 우병우 청와대 민정 비서관도 그를 만나고 온 지인을 통해 유병언 회장에 대한 검거작업이 조만간 성과를 이룰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법조인들을 통해 서초동 주변에 파다하게 퍼졌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사는 검찰 총수와 청와대 사정 당국 고위관계자의 발언에 주목하고 유병언 검거에 대비해 상당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사석을 통해 전해진 사정 당국 최고위 관계자들의 이런 발언은 대검찰청이 "(유병언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공개된 발언과 결부 지어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정보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사정 당국 최고위관계자들의 발언은 결국 '헛다리 짚기', '뻥'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이들 최고위관계자의 발언은 검찰과 경찰 실무자들의 보고를 바탕으로 나왔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 같은 사정 당국 최고위관계자들의 발언과 현실에서의 괴리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백날 그 수많은 고시, 사시출신 고위직들이 '대책회의'를 하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이번 사건을 돌아보면 아쉽고 또 아쉽다"고 말했다.
일선의 형사반장, 감식반장, 변사자 담당 검사 등 업무 담당자들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모두 헛발질을 하는 것 이나냐는 개탄의 목소리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이 '왜 노숙인 차림의 변사자가 경치도 별로인 산속에 와서 죽었는가'라는 단순 의문만 품었더라도 이번 사건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두를 하위직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특히 검찰 조직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사태'로 낙마한 이후 유연성이 매우 떨어지고 경직된 조직으로 침체를 거듭해왔다.
일선에 대한 기강과 감찰조사는 하루가 다르게 강도가 세졌지만, 그 안에서는 구성원들이 '복지부동' 내지는 조직의 틀에 얽매여 '자율적·창조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기계적 부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는 커졌다. 경찰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법조내 고위관계자는 "하루하루가 위태롭고 조직이 불안정하고 내부 사건이 또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변사자가 유병언 전 회장으로 확인되던 날 유효기간 6개월의 2차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검거 대상자는 이미 '혼백'으로 변해 있는데도 검찰은 "6개월의 유효기간은 이전의 사례에 비해 짧은 것"이라며 "과거에는 1년짜리 구속영장도 있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 비서관의 "(유병언이) 곧 잡힐 것"이라는 발언도 검찰과 경찰 내부의 기대와 희망이 섞인 이런 보고를 바탕으로 나왔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아마 같은 맥락으로 보고됐을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라인이 검찰 출신으로 인사가 이뤄지면 검찰과 업무협조는 잘 이뤄지겠지만, 정보 판단에서 '친정'(검찰)에 의존하고 그 보고를 100% 신뢰하는 잘못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집단 동종의식에 빠지고 만다는 경고다.
청와대의 '동종교배 폐해'는 이미 안대희 전 대법관의 국무총리 낙마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정라인의 80%가 대형로펌 출신에 판·검사로 이뤄졌고 영남 일색이어서 국민 정서와 다른 잣대가 적용돼 줄곧 '파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도 '사라진 꼬리를 놓쳐 버린' 청와대와 검찰, 경찰은 하위직만 인사조치하거나 감찰에 들어가고 고위직 본인들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을 기만한 셈이 됐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