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유병언 불법대출 금융기관 대규모 제재 착수

신협·은행 10여곳 10월께 징계…"유 씨 사망 관계없이 엄중 제재"

금융당국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 유병언 씨 일가와 청해진해운 관계사 등에 부실하게 대출해 준 금융기관에 대한 대규모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내에 제재한다는 입장이어서 오는 10월께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상 금융기관은 은행을 포함해 10여 곳에 이르며, 임직원은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유 씨 일가 등에 대해 부실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30여곳에 대한 특별검사를 마무리하고, 제재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검사 결과를 토대로 부실 대출 등에 대한 책임이 있는 대상 금융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선별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마무리되는대로 제재심의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연루된 금융기관과 임직원의 숫자가 많아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최대한 빨리 제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유 전 회장의 사망과 관계없이 금융사에 대한 제재는 엄중히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우선 신협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씨 일가의 사금고 역할을 한 일부 신협에 대해서는 중징계가 예상된다.


일부 신협은 유 씨 일가 등에 특별한 이유 없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6억원을 송금하는가 하면 관계사에 대해서는 은행보다 저금리를 적용하거나 수천만원의 연체이자를 감면하는 등의 특혜를 제공하기도 했다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은 2007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협 대출 등을 통해 총 727억원을 마련해 다른 관계사에 총 514억원을 지원하며, 계열사간 부당하게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다.

일부 신협 조합원들은 300만~500만원을 신용 대출받아 건강식품 구매 명목으로 소속 교회계좌로 송금했다. 또 기독교복음침례회 여름수련회 행사비를 지원하고, 유 씨 사진 등을 수백만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유 씨 일가와 관계사들이 대출받은 자금 중 90%가 집중된 은행 가운데 일부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대상 은행과 임직원 등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 씨 일가와 관계사 등의 전체 금융사 여신 3천747억원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90%인 3천33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926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기업·경남은행 등도 500억~600억원을 대출해줬다. 유 씨 일가 등에 대한 이들 4개사의 비중은 88%에 이른다.

하나은행(87억원), 농협은행(77억원), 국민은행(64억원), 신한은행(54억원) 등도 여신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등 거의 모든 은행이 관련 여신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일부가 유 씨 관계사에 대출해주고서 용도대로 쓰였는지 사후 관리를 부실하게 한 정황을 파악했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여신이 많은 은행의 경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유 씨 일가와 관계사가 일부 신협을 사금고로 이용했지만, 이들 관계사의 자금이 순탄하게 흐른 것은 은행의 막대한 대출금이었다고 보고 있다.

제재 대상에는 신협과 은행 외에도 유 씨 일가가 실소유주인 부동산투자회사에 수십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 준 수협과 유 씨 일가 등에 억대 규모의 대출을 해준 일부 캐피탈사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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