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네덜란드인을 포함해 298명의 탑승객이 전원 사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건에도 회원국 간 견해차로 러시아의 경제 부문을 겨냥한 제재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프란스 팀머만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 뒤 "EU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행동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관리들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자산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에 공급한 러시아 관리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팀머만스 외무장관은 새로운 제재 대상자 숫자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24일 신규 제재 대상자를 논의한다고 말했다.
EU는 러시아가 사고기원인 조사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책임자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이미 2단계 제재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 인사 72명과 크림의 2개 에너지 기업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팀머만스 장관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EU 외무장관들이 EU 집행위원회에 무기와 에너지, 금융 부문을 포함한 더욱 강력한 대 러시아 경제 제재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러 회원국 장관은 우크라이나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를 겨냥해 무기 금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회원국 간 견해차로 즉각적인 추가 제재 시행이나 경제 제재에 합의하지 못했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전날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은 (우크라이나) 상황을 크게 바꿔놓았다"면서 "러시아가 다른 유럽 국가(우크라이나)에 대해 지속적으로 전쟁을 부추긴다면 유럽 시장과 자본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제 제재를 경고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경제 관계가 밀접한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은 수위를 높인 3단계 경제 제재 채택에는 소극적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와 상륙함 2척 공급 계약에 대해 "당장은 제재 수위가 상륙함 인도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다만 "나머지 계약이 이행될 것인가는 러시아의 태도에 달렸다"며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프랑스는 앞서 지난 2011년 러시아와 12억 유로(약 1조6천600억원)에 헬기 16대를 탑재할 수 있는 미스트랄급 상륙함 두 척을 판매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무역과 에너지 부문 등에서 러시아와 밀접한 경제 관계를 맺은 독일도 아직 경제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경제 제재안이 마련되더라도 EU 정상들이 모두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차기 EU 정상회의는 다음 달 30일로 예정돼 있으나 회원국이 합의하면 예정보다 일찍 열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