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체 발견에 머쓱해진 박 대통령

회의 때마다 유병언 검거 지시했지만 이미 사망했던 때…대통령 질책에 군까지 투입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씨로 확인되면서 유 씨의 뒤를 쫓던 경찰과 검찰은 물론 청와대, 특히 박근혜 대통령도 머쓱하게 됐다.

검찰이 유 씨가 숨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전남 순천의 송치휴게소 부근에 있는 유병언 별장을 급습했다가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게 5월 25일이고, 유 씨 시신이 발견된 날짜는 6월 12일이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유 씨 시신은 발견 당시 심하게 부패돼 있었다. 따라서 유 씨는 검찰이 휴게소 부근 별장을 급습했을 때 포위망을 뚫고 도주에 성공했지만 멀리 달아나지 못하고 휴게소에서 2.5km 떨어진 밭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때도 박 대통령은 유병언을 검거하지 못하는 검찰과 경찰을 질책했고, 박 대통령의 이런 질책에 군까지 동원하고 반상회까지 열었지만 '오버'한다는 비판 속에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유병언의 이름 석 자를 언급한 것은 모두 다섯 차례다. 국무회의에서 두 차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두 차례, 종교행사에서 한 차례다.

박 대통령이 유병언을 처음으로 입에 올린 것은 5월 27일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을 유병언 일가로 지목하면서 "반드시 사법당국에서 신속하게 검거해서 진상과 의혹을 밝히고 의법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닷새 뒤인 6월 1일 저녁 서울 명성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위로와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에 참석해서도 "유병언 일가가 법망을 피해 도망 다니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하루 뒤인 6월 2일 열린 국무회의석상에서도 "세월호 사고의 주요 피의자인 유병언 일가의 도피행각은 우리나라 법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법질서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조속히 검거되어야 하겠다"고 조속한 검거를 지시했다.

하지만 거듭된 검거 촉구에도 유병언이 잡히지 않자 박 대통령의 발언 강도는 더욱 세져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라는 지시로 이어진다.

6월 10일 열린 국무회에서 "지금 유병언 검거를 위해서 검경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검거방식을 재점검하고 다른 추가적인 방법은 없는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해서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 밭 (사진=최창민 기자)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을 계기로 군이 유병언 검거에 동원됐고, 유병언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반상회까지 열렸다.

이후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는 중앙아시아 순방과 인사실패 등의 여파로 20일 뒤인 6월 30일에야 열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유병언에 대해서 끝까지 추적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사법 당국과 정치권, 국민들이 모두 힘을 합치면 비호 세력들의 힘이 빠져서 결국 잡히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종합해 보면 박 대통령은 5월 19일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이후부터 6월말까지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유병언 검거를 촉구하고 독려했다.

하지만 경찰의 발표가 맞다면 이 때 유병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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