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동부 도시 도네츠크에서 여객기 추락 현장으로 이동하던 말레이시아 전문가단 차량 행렬이 정부군의 공습에 맞닥뜨려 도시로 되돌아갔다고 전문가단을 안내한 반군 대표가 전했다. 여객기 추락 지점은 도네츠크시에서 약 60km 떨어져 있다.
항공 전문가들과 정부 인사 12명으로 구성된 말레이시아 전문가단은 이날 열차를 이용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리코프에서 격추 현장에 가까운 도네츠크로 이동했으나 도착 직후 정부군의 포격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단과 동행했던 말레이시아 신문 기자는 "우리가 도네츠크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면서 "공황상태에 빠진 주민들이 대피할 곳을 찾아 이러 저리 뛰어다녔다"고 전했다.
전문가단은 이런 상황에서도 도네츠크에서 자동차로 바꿔 타고 여객기 추락 현장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동하는 도로에서 한 자동차가 정부군 전투기 공습을 받아 전소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현장 접근을 포기하고 도시로 되돌아왔다. 전문가단은 이날 저녁 도네츠크 시내에서 반군 측으로부터 사고 여객기 블랙박스를 넘겨 받았다.
전문가단은 22일 다시 추락 현장 접근을 시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부군에 사고 현장 반경 40km 구역에서의 전투행위 중지를 명령했다. 반군도 현장 주변 10km 반경 내에서의 전투 중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도네츠크에 머물고 있는 외신들도 정부군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BBC 방송 특파원은 이날 도네츠크 기차 역사가 정부군의 포격을 받았으며 뒤이어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반군은 정부군이 도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네츠크 시장은 이날 정부군 공격으로 민간인 5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정부군과 반군 진영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AP 통신은 반군은 도네츠크시로 이어지는 도로를 차단하고 저항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서둘러 도시를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여객기 참사 희생자 298명 가운데 가장 많은 193명의 자국민을 잃은 네덜란드는 사고 조사를 주도해 달라는 관련국들의 요청을 수락했다. 프란스 팀머만스 네널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안보리가 철저하고 공정한 사고 조사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한 데 대해 환영 의사를 표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고 조사를 주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관련국들과 유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과 협력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 채택에 앞서 ICAO가 조사를 주도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던 러시아도 네덜란드의 주도적 역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