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1승째(5패)를 달성하며 올스타 휴식기의 효과를 입증했다. 지난 14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샌디에이고전 이후 8일 만의 등판이었다. 푹 쉰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ERA)을 3.44에서 3.39로 낮췄다.
이날 류현진은 최근 장착한 새 구종 컷 패스트볼을 비롯해 커브가 맹위를 떨쳤다. 본인이 빠른 슬라이더로 부르는 커터는 이날 탈삼진 5개 중 3개의 결정구였다.
커브 역시 낙폭이 컸다. 상대 클린트 허들 감독이 "올해 본 커브 중 낙차는 최고였다. 30cm이상 떨어졌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날 98개 투구 중 슬라이더와 커브 모두 19개씩 던졌다.
지난해 재미를 봤던 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지자 내놓은 무기들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1할6푼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대 분석에 읽혀 3할대로 치솟았다.
이에 류현진은 슬라이더와 커브를 연마했고, 체인지업을 보완할 주무기로 거듭났다. 안주보다 발전을 택한 것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최근 2경기는 떨어지는 변화구 점검을 위한 고비였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전부터 구사 비율을 높인 슬라이더, 커브를 일컬어 한 말이다.
팀 동료들의 가르침도 컸다. 류현진은 "동료들로부터 배워왔다"면서 "지난 2주 동안 클레이튼 커쇼의 슬라이더와 조시 베켓의 커브를 본받아 연마했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도 한화 입단 뒤 대선배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전수받아 자신의 주무기로 키웠다. 스펀지처럼 빠르게 동료들의 주무기를 습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류현진에 대해 "지난해 14승과 한국에서의 성공을 있게 한 투구 내용을 바꾸는 데 두려움이 없다"고 묘사했다. 류현진은 "변화하는 데 부담이 없다"면서 "이런 변화들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이 구종들을 완전한 자신감을 갖고 던진다"고 강조했다. 끝없이 진화하는 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