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내아들 어딜가니"…순직소방관 눈물의 영결식

"울지 마세요" 순직소방관 영결식 도중 한 유족이 오열하는 다른 유족을 찾아가 위로하고 있다.
"내 아들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니…가면 안된다. 일어나라. 제발 부탁이다"

회색빛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하늘. 유족들의 오열 속에 추모객들도, 취재진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헬기추락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1항공구조대 故 정성철 소방령과 박인돈 소방경, 안병국 소방위, 신영룡 소방장, 이은교 소방교의 영결식이 22일 강원도청 별관 광장에서 엄수됐다.

순직소방관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유족과 순직대원들의 지인, 동료대원,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영결식은 눈물바다였다. 고 정성철 소방령의 어머니는 운구차량이 영결식장에 들어오자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답없는 아들을 목놓아 불렀다.

"아까운 내아들, 어디갔니, 제발 돌아와라, 처자식 놔두고 어딜가니…"


아빠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든 고 안병국 소방위의 다섯살난 딸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멈추지 않는 눈물" 순직소방관 영결식 도중 한 소방관이 눈물을 닦고 있다.
애도사를 읽어내려가던 정장훈 소방장이 5명의 이름을 한명씩 호명하자 고인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던 소방대원들은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나의 작은 도움이 힘이 된다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앞장 섰던 고 정성철 소방령, 진실과 성실한 마음으로 인자함을 베풀었던 고 박인돈 소방경, 밝고 적극적이며 동료들에게 즐거움을 줬던 고 안병국 소방위,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을 하겠다던 신영룡 소방장, 소방관이라는 것에 도전하는 자체가 희생을 각오했다는 것, 그것이 소방관의 최고 자질이라고 항상 말했던 이은교 소방관의 말이 떠오릅니다"

"또 다른 피해를 막고자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당신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성철이 형, 인돈이 형, 영룡이 형, 병국아, 은교야! 어둡고 무서운 생사의 갈림길에서 두려웠던 모든 것을 잊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순직대원들의 영정 앞에 공로장을 추서하는 도중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눈물을 닦아내며 조사를 읽어 내려갔다. "지난 17일 안타까운 사고로 생명을 잃은 사랑하는 5명의 소방가족들을 이제 떠나 보내려 합니다. 거센 바닷바람과 폭설 속에서 많은 생명을 구했던 당신들은 영원한 소방대원들입니다.

김성곤 강원도소방본부장은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허망하게 잃고 비탄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하루 빨리 몸과 마을을 추스르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편히 쉬시게" 순직소방관들의 동료 소방관들이 영결식을 마친 뒤 대전 현충원으로 향하는 운구차량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영결식에는 소방관홍보대사 가수 김장훈 씨도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해서 영결식에 참석했는데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김장훈 씨는 영결식이 끝난 뒤 춘천 지역구 김진태 국회의원을 만나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에도 동료 대원들과 추모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동료들에게는 모범이자 가족들에게는 믿음직한 가장이었던 순직대원들은 이날 오후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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