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AF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에 상륙함 공급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프랑스의 입장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한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국가(러시아)와는 평소처럼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모든 우방들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며 무기수출 금지 등을 포함해 더 강도높은 '3단계 제재'를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역시 프랑스의 상륙함 수출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벨기에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상륙함 수출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2011년 헬기 16대를 탑재할 수 있는 미스트랄급 상륙함 두 척을 12억유로(약 1조7천억원)에 러시아에 판매하는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금년 10월 인도하기로 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국가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그러나 프랑스는 예정대로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와 관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당장은 제재 수위가 상륙함 인도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다만 "나머지 계약이 이행될 것인가는 러시아의 태도에 달렸다"며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런 가운데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2일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캐나다는 독자적인 추가제재를 공언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21일 성명을 내고 "민항기 피격이라는 충격적인 범죄행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과 불법 점령에서 비롯됐다"며 "다양하고 광범위한 러시아 단체를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등 러시아 인사들에 대해 비자발급 중단과 자산 동결 등 제재를 계속해왔으나 다른 국제 사안들과 비교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는 있으나 실제 제재 강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는 상륙함 수출 문제로, 독일은 에너지 문제로 러시아에 발목이 잡혀 있어 서방국들이 제재수위에 쉽게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상공회의소(DIHK)의 폴커 트라이어 소장은 독일 라이니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독일 기업 네곳 중 한곳이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고강도 추가제재가 내려질 경우 경제적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 한 서방국가 외교관을 인용해 추가제재가 신속하게 이뤄지는 하겠지만 네덜란드 등 다수의 희생자를 낸 국가가 단호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제재강도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