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을 놓고 서방 세계와 러시아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현장 조사 협조를 촉구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여객기 추락 현장을 훼손하고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이들이 무엇을 숨기려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군의 증거 훼손을 막고 현장에 대한 완전하고 제한없는 접근을 허용해야 하는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그동안 반군을 지원하고 훈련시켰다"면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반군이 조사에 협력하도록 강제할 의무가 있고 이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함께 "푸틴 대통령은 이제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러시아가 앞으로 치러야할 대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피격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사고 현장 접근이 원할치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친러시아 반군과 러시아에 경고장을 날렸다.
네덜란드는 또 이번 피격을 전쟁 범죄로 간주하고 책임자를 기소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러시아의 태도가 변화지 않으면 강도높은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유럽연합(EU) 차원의 대 러시아 제재를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강하게 압박하자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은 "이번 참사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말라"며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전투가 재개되지 않았다면 이번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반군 진압에 나선 우크라이나 정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 피격 사건과 관련한 결의안을 이날 오후 채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