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기 피격> "초기조사 부실로 원인규명 차질 우려"<英신문>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사고 현장의 초동조사가 부실해 원인 규명 작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사건 발생 5일째가 되도록 사고현장의 혼란상이 방치되면서 원인 규명을 위한 결정적인 증거물들이 유실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장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찰단 활동은 그야말로 '모니터링'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할 항공사고 전문가들의 도착은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산더 허그 OSCE 사찰단 부단장은 "현 상황에서는 수거된 시신 숫자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보치우키프 사찰단 대변인은 "시신이 부패하는 악취로 특수장비 없이는 시신을 보관 중인 열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조사단은 무장한 반군의 통제를 일일이 받는 상황이라 자율 조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찰단의 한 관계자는 "중무장한 반군을 상대로 활동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반군이 소집해 할 일을 정해주면 대원들이 움직이는 실정"이라고 답답한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혼란상이 이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현장 훼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피격된 MH17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규명하려면 현장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에서다.

옥수수와 해바라기 밭 지대에서 시신과 잔해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취재진과 주민의 무분별한 현장 접근도 혼란상을 부추기고 있다.

항공사고 조사전문가 필 길스는 "엄격한 출입통제는 항공사고 현장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항공기를 격추한 세력이라면 가장 먼저 조종실 녹음장치를 찾아 증거를 없애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항공사고 조사기관에서 32년간 근무했던 토니 케이블도 "피격 당시 조종실 녹음 데이터는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의 유형을 확인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공기 동체에 생긴 폭발흔적을 통해서도 미사일 제조사를 규명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총리 알렉산드르 보로다이는 블랙박스 소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블랙박스로 보이는 부품을 현장에서 수거했으며 국제조사단이 도착하는 대로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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