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은 반군이 러시아에서 부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지원받아 여객기를 피격한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결정적 증거가 공개되지는 않은 상태다.
미 CNN방송은 반군이 6월초 러시아와의 접경지역에 있는 검문소 여러 곳을 확보하고 200㎞ 거리의 국경지대를 수중에 넣은 상황이라 러시아 무기의 밀반입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지가 펼쳐져 있는 국경지대에는 순찰도 없는데다가 수십 개의 밀수경로가 나 있어 밀반입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국경을 넘어 반군에 대공화력을 지원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 여객기 피격 무기로 지목된 부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 포함돼 있었는지가 관건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정부 당국자를 인용, 러시아가 최근 반군에 부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여러 대와 탱크 등 군사장비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은 또 이 시스템이 여객기 피격 후 다시 러시아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반군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제거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CBS방송에 출연해 "(여객기 피격 후) 적어도 한 개의 로켓이 빠진 미사일 발사대가 반군 지역에서 러시아로 귀환하는 영상을 당국이 확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미 6월부터 T-64 탱크와 로켓 발사대 등의 군사장비들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 반군 수중에 들어갔고 상당한 수준의 대공화기도 넘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반군이 정부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부크 미사일 시스템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CNN은 반군이 동부 도네츠크주(州) 인근의 정부군 미사일 기지를 습격한 6월 29일 러시아 언론 보스티가 '부크 시스템이 도네츠크 상공을 방어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CNN은 우크라이나군 장비 상당수가 상태가 좋지 않거나 운용이 불가하다면서 반군이 정부군 무기를 탈취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CNN은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군 49명이 탄 수송기 일류신(IL)-76을 비롯, 군 헬기가 잇따라 격추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반군이 대공화력을 일찌감치 확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체로 어깨에 메고 2천500m 고도까지 발사할 수 있는 SA-7 미사일에 맞은 것이라 고고도급인 부크 미사일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