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기 피격> "시신을 인질로 잡나" 국제사회 격분

말레이시아 피격기 승객의 시신을 목적지도 밝히지 않은채 냉동 열차로 옮긴 우크라이나 반군에 대해 "시신을 인질로 잡는다"는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반군은 20일(현지시간) 196구의 시신을 냉동 열차 5량에 실어 사고 현장으로부터 15㎞ 떨어진 토레즈 기차역으로 이동시켰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 열차가 서북쪽 도네츠크 방향으로 다시 출발했다고 보도했지만, 대다수 언론은 열차가 아직 기차역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열차 기관사는 시신이 옮겨지는 목적지를 묻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아무도 모르고, 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한 관계자는 "시신을 마리우폴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반군 지도자 알렉산드르 보로다이는 추가 부패를 우려해 시신을 냉동열차에 옮겼으며 국제조사단이 도착하면 모두 넘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반군이 현장에 도착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원에게 열차 문을 열어 시체 더미를 잠시 보여준 게 전부였다고 전했다.

OSCE는 이미 19일 추락 현장에 도착했지만 무장 반군이 수습한 시체를 냉동열차로 옮겨 이동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반군의 행위에 국제사회는 격분하고 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반군에 "시신을 당신들의 갈등에 인질로 쓰지 말라"고 촉구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NBC 방송에 나와 반군이 시신을 다루는 방식이 "기괴(그로테스크)하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냉동열차가 고도의 외교와 상호 불신 속에서 볼모가 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여객기 탑승객 298명 중 251명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현지 구조당국은 200명의 인력과 자원봉사자 800명을 동원해 나머지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현지 주민이 탑승객의 유품에 손을 대고 한 영국 언론사가 시신이 담긴 비닐백을 멋대로 열어 촬영하는 등 현장 보전은 사실상 실패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격추기가 어떻게 추락했는지에 대한 증거를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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