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기 피격> "푸틴, 고립위험 불구 부인전략 고수"

우크라 반군과 관계단절에는 '지연전략'…"이란식 고립 가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태 수습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는 있으나 연루 의혹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부인 전략'은 서방과의 관계를 냉전 이래 최악으로 이끌어 러시아를 심각하게 고립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FP통신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국이나 우크라이나 친(親)러시아 성향 반군을 겨냥한 국제조사단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여객기 피격에 대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미국 등 서방은 우크라이나 반군이 러시아 지원을 받아 여객기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결론에 다다르면서 러시아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나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된 것이 아닌 만큼 러시아는 부인전략으로 일관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지적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러시아의 저명 경제학자 세르게이 구리예프는 "증거가 나오더라도 러시아는 계속 책임을 부인할 것"이라며 "특히 간접 증거밖에 없을 때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리예프는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지도자를 공개 지지했다가 탄압을 받고 지난해 프랑스로 떠난 인물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 문제와 관련해 '지연전략'을 쓰고 있다고 짚었다. 반군과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끊으며 위기 돌파를 모색할 수 있는데도 시간끌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외교국방정책위원회의 표도르 루크야노프 회장은 "푸틴은 러시아어를 쓰는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으로 러시아에 강력한 민족주의 정서를 불러일으킨 만큼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을 철회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KAL기 격추 당시에도 당시 소련은 부인할 도리가 없어 요격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KAL기가 소련 영공에 고의로 침입해 정찰활동을 벌였고 계속된 착륙 요구에 불응해 격추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같은 전략으로 심각한 고립을 자초하게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가 서구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이란식의 고립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푸틴 대통령 역시 심각한 지도력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율리 니스네피치 러시아 고등경제대(HSE) 교수는 AFP에 "지금 러시아와 서방은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고립이 매우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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