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 전당대회 이후 잇따른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청와대의 인사 문제가 성토당했다. 친이계이자 전당대회 3위득표자인 김태호 최고위원에 의해서다. 그는 "진짜 혁신은 기득권을 몽땅 내려놓는 데에서 출발한다"(지난 15일), "2기내각 출범은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이미지를 남겨선 안된다"(16일), "공직후보자 10명 중 4명이 사퇴한 인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17일)며 연이어 비판했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도발이라기보다는 '문고리 권력'을 행사해온 친박계 핵심들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연이은 인사참사의 책임은 인사검증을 연이어 실패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게 있는 게 당연하다. '황우여 체제'와 달리 이번 지도부는 특정 권력자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계파나 파벌 뒤에서 기득권 유지하려는 모습, 그게 반성의 키포인트"라고 했고, 역시 비주류인 이인제 최고위원도 KBS라디오에서 "자기만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는 것(친박계의 생각)은 황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도부가 7·30 재보선 총력지원 체제에 돌입하면서부터는 친박계에 대한 공세가 잦아든 상황이다.
그러나 전당대회 이전부터 "대선 이후 소수 친박핵심들이 편가르기를 하고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했다"거나 "친박 핵심들은 이제 좀 쉬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김 대표의 기조를 감안하면, 친박계는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다.
이 와중에 김무성 대표는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문수·정몽준·오세훈·남경필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여당내 차기 대권주자' 1위로 랭크됐다. 정치적 위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는 기존 측근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반대파·중립파의 '귀순' 계기로 작용해 '김무성계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김 대표는 계속 '우리 당에 계파 구분은 더 이상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당내 화합을 목적으로 하는 발언이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과거를 용서할테니 나에게 오라'는 선언일 수도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가 "7·30 재보선까지 일체의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당내 권력구조 개편은 선거 뒤에나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이때 '친정 체제' 구축이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핵심 측근 역할을 해온 김성태·김학용 의원, 안형환 전 의원 등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김 대표가 '대탕평 인사'를 내건 이상, 주요 당직에서 측근들이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개국공신'인 이들 전·현직 의원들의 당내 발언권은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하마평에 따르면,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는 김태환 의원이 거론된다. 김태환 의원도 친박계이긴 하나 김 대표와 친분이 두텁다. 이는 친박계를 중용한다는 점에서 대탕평에 해당하는 동시에 지인을 요직에 앉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아울러 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지역안배 차원에서 TK 의원 1명을 임명하되, '그동안 소외당해온' 호남권 원외 당협위원장 1명도 함께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실무당직자, 공석 상태인 전국 당협위원장 등 인사도 함께 진행되면서 주류-비주류의 교체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7·30 재보선에서 친이계인 나경원·임태희 전 의원의 원내진입까지 성공한다면 권력 이동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 10일 이상 시간이 남은상태인데, 당직 인선이 친정체제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대표께서 경선 직후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면서 대탕평을 강조한 마당에 측근들을 함부로 중용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