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삼성화재의 약점을 굳이 꼽자면 바로 세 번째 공격수의 부재다. 그동안 외국인 공격수 레오와 국가대표 라이트 박철우가 든든하지만, 뒤를 받쳐줄 공격수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컵대회에서 류윤식을 재발견했다.
류윤식은 19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컵대회 첫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팀 내 최다인 20점을 퍼부었다. 2011-2012시즌 데뷔한 류윤식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종전 15점)이었다.
류윤식은 이번 컵대회를 통해 신치용 감독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다. 당장은 아니지만, 차세대 주포로 키우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1세트는 불안했다. 공격 성공률이 22.22%에 그치면서 단 2점에 묶였다. 삼성화재도 박철우에게 공격이 쏠린 탓에 1세트를 20-25로 내줬다.
하지만 2세트부터 조금씩 살아났다. 수비가 뒷받침이 되면서 공격에서도 신바람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2세트 송준호의 공격 5개를 연거푸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했다. 송준호는 지난해 컵대회 MVP로 이날도 20점을 올렸다. 하지만 류윤식에게 막히면서 3~4세트는 7점에 그쳤다.
류윤식은 3세트에서는 15-15로 팽팽하던 상황에서 3점을 올리더니 4세트에서도 6점을 추가했다. 경기의 마지막 득점도 류윤식의 서브 득점이었다.
류윤식은 경기 후 "1세트가 끝나도 감독님께서 자신있게 하라고 주문했다"면서 "공격 템포가 빨랐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1세트는 세터와 잘 안 맞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류윤식은 20점(블로킹 7점)을 올리면서 공격 성공률 46.15%를 기록했다. 공격 점유율(27.96%)은 박철우(32.26%) 다음이었다. 바짝 긴장했던 1세트를 제외하면 만점 활약이었다.
무엇보다 신치용 감독이 기대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신치용 감독은 "이적생들이 빨리 융화되는 대회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류윤식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류윤식과 황동일이 다음 시즌을 이끌어야 한다. 류윤식은 자기 몫을 했다. 몸만 단단히 만들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치용 감독의 말대로 관건은 체력이다. 체력만 갖춘다면 차세대 거포로서 손색이 없는 기량이다.
류윤식도 "삼성 이적 후 코칭스태프들이 체력에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다. 훈련이 많은 시스템인데 아직 참여를 다 못하고 있다"면서 "무릎 때문에 배구 끝날 때까지 경기 전과 후에 보강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