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박찬호와 '명장' 金 감독들의 타산지석

'얘들아, 아빠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단다' 한국 야구의 전설 박찬호가 18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앞서 진행된 은퇴식에 아내 박리혜 씨, 두 딸과 함께 나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광주=KIA 타이거즈)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18일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이날 경기에 앞서 뜻깊은 행사도 열렸다. 바로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스타 박찬호(41)의 은퇴식이다.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통산 124승, 아시아 선수 최다승을 거뒀다. 이후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이상 KIA), 김선우(LG) 등 후배들의 미국 진출을 위한 선구자 역할을 했다.

2011년 일본 오릭스를 거쳐 2012시즌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한국에서 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했다. 이날 은퇴식 뒤에도 박찬호는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아직까지도 없다. 한, 미, 일 야구 3강을 모두 경험한 만큼 노하우와 자격이 충분하지만 박찬호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金경문 감독, 박찬호의 야구 멘토

이날 박찬호는 두 명의 지도자를 직,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모두 한국 야구의 명장으로 꼽히는 감독들이다. 김응용 한화, 김경문 NC 감독이다.

김응용 감독은 해태(현 KIA)에서 9번, 삼성에서 1번 등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의 금자탑을 세웠다. 김경문 감독은 2000년대 두산을 맡아 당시 SK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과 쟁패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무패 금메달 사령탑이다.


하지만 박찬호에게 두 명장은 사뭇 다른 인상을 남기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박찬호의 야구 멘토다. 같은 공주 출신인 데다 여러 차례 박찬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찬호야, 우리 우정 변치 말자' 박찬호가 자신의 정신적 야구 스승으로 꼽은 김경문 NC 감독.(자료사진=윤성호 기자)
은퇴식 뒤 기자회견에서 박찬호는 고향 선배에 대해 "내게 꿈을 준 분"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OB(현 두산)에서 뛰던 현역 시절 박찬호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박찬호는 "초등학교 야구장에서 캐치볼하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박찬호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 김 감독은 더욱 힘이 돼줬다. 박찬호는 "높고 먼 선배님이었는데 미국 애틀랜타 연수를 오셨을 때 힘들어하는 내게 다정하게 다가와 용기를 줬다"고 회고했다. 이어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명성 쌓을 때마다 존경스러웠다"고도 했다.

김 감독은 어쩌면 박찬호가 지도자로서 닮고 싶어하는 롤 모델인 셈이다. 박찬호는 김 감독이 맡았던 두산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함께 훈련하며 지도를 받기도 했다. 박찬호가 올스타전 시구를 받을 포수 역할을 김 감독에게 부탁한 이유다.

▲金응용 감독, 힘겨운 거장이 주는 교훈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전 소속팀 한화 김응용 감독은 지도자 박찬호를 저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해태와 삼성을 이끌던 전성기가 아니라 현재 한화에서 겪고 있는 고충 때문이다.

박찬호는 지도자 계획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한화를 보면 거장이신 분이 오셔서 고생하고 힘겨움을 겪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보통 준비를 해서는 안 되겠다"면서 "감독이란 꿈을 갖고 있다면 더 많은 공부와 성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호야, 너도 감독 해봐라' 한국시리즈 통산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한화 감독은 지난해부터 최하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자료사진=한화 이글스)
화려한 이력을 가진 박찬호이기에 더욱 그렇다. 천하의 김응용 감독조차 힘든 시절을 겪고 있는데 자칫 준비가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지도자로 나선다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세상 일이 마음같지 않게 되는데 야구도 그런 것 같다"면서 "아직 지도자는 아니고 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행보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박찬호는 "한국 야구도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메이저리그가 중남미 선수들을 모으는 것처럼 한국도 아시아에서 그런 역할을 하도록 다문화 리그 등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외적으로 야구가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또 선수들이 어떻게 사회에 적응할지 등도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지도자 박찬호가 탄생할 수 있을지, 또 언제쯤 그의 철학이 담긴 야구를 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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