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언론은 지난 3월 발생한 MH370기 실종 사건으로 아들 부부를 잃었던 퀸즐랜드 주 빌로엘라에 거주하는 아이린·조지 버로우스 부부가 이번에는 MH17기 피격 사건으로 의붓손녀 부부를 잃는 기막힌 사연의 주인공이 됐다고 18일 보도했다.
노부부의 의붓손녀인 마리 리즈크와 그의 남편인 앨버트는 한 달 일정으로 유럽 여행을 마치고 MH17기 편으로 귀국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아이린·조지 버로우스 부부는 아들인 로드니와 며느리 메어리가 지난 3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운 채 인도양 인근에서 종적을 감춘 MH370기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노부부의 한 지인은 "넉 달 전 수수께끼의 사고로 아들 부부를 잃고 상심에 잠겨 있던 이들에게 또다시 믿을 수 없는 비극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고기에 타고 있던 28명의 호주 탑승객 중에는 마리·앨버트 리즈크 부부 외에도 유럽으로 휴가를 갔다가 어린 손주 3명과 함께 귀가 중이던 서호주 퍼스의 기업인 닉 노리스(68)도 포함됐다고 호주 국영 ABC방송은 전했다.
노리스는 모(12)·에비(10)·오티스(8) 등 어린 손주 3명을 데리고 사고기에 탑승했다가 불귀의 객이 됐다.
노리스가 활동했던 남퍼스 요트클럽 책임자인 폴 워드는 "오늘 아침 6시30분께 전화로 비극적 소식을 접했다"며 "닉의 부인 린디와 그의 가족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리스의 아들인 브랙은 "시드니에 사는 여동생으로부터 전화로 사고 소식을 접했지만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믿어지지 않았다"고 침통해 했다.
이밖에 시드니의 가톨릭계 여학교 교사이자 수녀인 필로민 티어넌과 멜버른대 여대생 일레인 테오 등도 사고기에 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티어넌 수녀는 프랑스에서 피정(避靜)를 끝내고 귀국하던 중이었다.
티어넌이 교사로 근무했던 시드니 킨코팰-로즈베이 여학교의 힐러리 존스턴-크로크 교장은 "필로민이 사고기 탑승객 명단에 포함됐단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필로민은 사랑받던 직원이자 친구였다"고 애도했다.
한편, 네덜란드로 신혼여행을 갔던 애들레이드 출신 마케팅 전문가 시모네 라 포스타와 그의 남편은 애초 사고기를 예약했다가 월요일 출근 일정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귀국하는게 낫다는 생각에 일정을 변경,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호주 언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