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기 피격> 에이즈 연구 타격…학자 등 100명 탑승(종합)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기에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학회(IAS)에 참석하려던 저명 학자와 전문가 100여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18일 오전(현지시간) 피격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고기 탑승객이 이번 주 일요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국제에이즈학회에 참석하려던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또 호주인이 많이 탑승한 것은 이 항공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서호주 퍼스로 가려던 비행기였기 때문이라고 비숍 장관은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에이즈학회 참가자 108명이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현지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AFP 통신도 에이즈 연구자, 의료계 종사자, 활동가 등 에이즈학회 참석자 100명가량이 탑승했다고 전했다.

빌 쇼튼 호주 노동당 대표는 연방하원에 출석해 "탑승객 중에는 국제에이즈학회 회장을 역임한 네덜란드의 저명한 인간면역결핍유전자(HIV) 연구자 욥 랑게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랑게는 암스테르담대학 의대병원의 세계보건팀장으로서 350여 편의 논문을 작성한 저명 학자다. 1992∼1995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에이즈관련 글로벌 프로그램에서 임상연구와 약물개발 팀장을 맡았고 2002∼2004년 국제에이즈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유엔의 HIV 방지 프로그램 책임자인 레이첼 베질리는 WHO 대변인인 글렌 토마스도 확인된 사망자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브론윈 비숍 호주 하원의장은 "나도 다음 주 월요일 에이즈학회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었다"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HIV를 발견해 2008년 노벨상을 받은 바레-시누시는 캔버라에서 열린 내셔널프레스클럽 행사에 참석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며 "완전히 황폐화된 느낌"이라고 애도했다.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학회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아일랜드 출신 유명 가수 밥 겔도프를 비롯해 에이즈 연구원, HIV 감염인 등 수천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IAS도 성명을 내고 "몇몇 우리의 동료와 친구들이 탑승객 명단에 포함돼 있다"며 "IAS는 비극적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이들에게 조의를 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IAS는 "탑승객 중 욥 랑게 전 회장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HIV·에이즈 퇴치운동은 진정한 거인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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