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을 포함한 농민단체들은 17일 정부의 쌀 개방 방침에 항의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였다.
관세화를 통한 쌀 개방 발표에 앞서 쌀 수출국들과 협상을 제대로 벌였는지, 제대로 된 대책은 있는지 비판을 쏟아냈다.
애초 6월 말 쌀 관세화를 선언할 예정이었다가 시점을 몇 차례 연기했던 정부는 18일 전격적으로 전면적인 쌀 개방을 선언할 예정이다.
농민들은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발표를 우왕좌왕 연기하다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김영호(57) 전농 의장은 "정부가 쌀 전면 개방 발표를 오는 25일에 하기로 했는데 느닷없이 18일 발표를 한다고 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부랴부랴 급하게 정부청사 앞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어떻게 정부가 협상도 하지 않고 두 손 번쩍 드는 식으로 포기하려고 하느냐"며 "쌀 수출국들과 협상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장은 "제대로 된 대책 없이 쌀 시장을 개방하면 농민들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 예산에서 쌀농사를 짓는 김 의장은 "정부의 방향이 개방농업정책이다 보니 한국 농민들이 농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며 "식량 자급률은 떨어지는데 전량을 수입해버리니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 살 수가 없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의장은 "쌀은 농업의 중심이다. 고사 상황인 농민들을 일으켜 세워도 시원찮을 형편인데 농가의 기둥뿌리인 쌀마저 개방한다고 하니 미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정부가 쌀 개방을 전격 추진하는 데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신동선(57) 전농 경기도 의장은 "정부 관료나 정치권에서 우리 쌀을 지키려고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며 "정부는 관세를 400%까지 끌어올린다고 하지만 지킬 수가 없다. 쌀 수출한 나라들이 이 관세를 용인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신 의장은 이어 "농민들이 정부에 악을 써야 간신히 정부 관계자와 만난다. 쓴소리하는 농민들과 소통하려는 정부 의지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신 의장은 "농가 지원 대책의 핵심은 쌀 가격 보장이지만, 이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 이 같은 대책 없이는 농가가 무너지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식량 주권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주에서 올라온 정현찬(67)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다른 나라들은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예산을 늘려가며 대책을 세우는데 우리는 전혀 아무런 준비 없이 농업을 통째로 내줄 선언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농성 이틀째인 18일 오전에는 쌀 전면 개방 선언을 막기 위한 항의 행동과 기자회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