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세월호 슬픔을 함께하기 위한 명창 공연을 열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 계단에서 4일째 단식 농성을 하던 유가족들 중 일부는 "공연을 멈추라",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했다.
유가족들의 항의가 더욱 거세지자, 정 의장은 직접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공연 중단 의사를 밝혔다.
정 의장은 "이렇게 하는 것도 국회의장이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일부 유가족들은 더욱 거칠게 반발했다. 이에 정 의장도 "여러분들이 여기에 있는 것은 국회의장이 특별히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 쌍욕을 의장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에 흥분한 한 50대 남성이 정 의장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뺏으려고 했고, 경호 요원이 이 남성을 제지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유가족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고 행사를 진행하라는 답도 받았다. 하지만 막상 행사가 진행되다보니, 일부 가족들이 격앙돼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장도 직접 중재해보려다가 일부에서 심하게 항의 및 욕설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정 의장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함께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족들이 그 전엔 안 그러더니 어제부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사실 오늘 행사 3시간만이라도 귀빈들이 오시니 회관 앞으로 가도록 부탁했는데 오히려 더 자극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 세월호특별법에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말이었지만, 국회의장이 유가족들에게 할 적절한 말이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는 앞서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을 감안, 제헌절 경축 행사 일환으로 준비한 KBS '열린음악회' 녹화 및 공군 특수비행단인 블랙이글의 축하비행은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