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세월호 유족에 "국회의장에 쌍욕 안돼"

세월호 단식농성장 앞 명창공연 빌미 유족과 정의장 설전...의장실 "양해 미리 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장 촉구를 위한 천만인 서명을 들고 여의도 국회를 찾은 세월호 피해자 가족 대표단과 시민, 사회단체 대표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국회가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한다며 주관한 국악공연으로 세월호 유족들과 국회의장이 설전을 주고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세월호 슬픔을 함께하기 위한 명창 공연을 열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 계단에서 4일째 단식 농성을 하던 유가족들 중 일부는 "공연을 멈추라",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했다.

유가족들의 항의가 더욱 거세지자, 정 의장은 직접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공연 중단 의사를 밝혔다.

정 의장은 "이렇게 하는 것도 국회의장이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일부 유가족들은 더욱 거칠게 반발했다. 이에 정 의장도 "여러분들이 여기에 있는 것은 국회의장이 특별히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 쌍욕을 의장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에 흥분한 한 50대 남성이 정 의장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뺏으려고 했고, 경호 요원이 이 남성을 제지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유가족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고 행사를 진행하라는 답도 받았다. 하지만 막상 행사가 진행되다보니, 일부 가족들이 격앙돼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장도 직접 중재해보려다가 일부에서 심하게 항의 및 욕설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정 의장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함께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족들이 그 전엔 안 그러더니 어제부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사실 오늘 행사 3시간만이라도 귀빈들이 오시니 회관 앞으로 가도록 부탁했는데 오히려 더 자극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에 세월호특별법에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말이었지만, 국회의장이 유가족들에게 할 적절한 말이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는 앞서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을 감안, 제헌절 경축 행사 일환으로 준비한 KBS '열린음악회' 녹화 및 공군 특수비행단인 블랙이글의 축하비행은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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