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은 국회 앞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며 나흘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고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은 1박2일간 국회까지 도보행진을 벌이며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을 호소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지지하는 350만 명의 국민의 서명까지 국회에 전달됐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7일까지도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하지 못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만나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여야가 합의를 하지 못한 가장 큰 쟁점은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조사위원회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성역없이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수사권과 기소권 등 명실상부한 권한을 줄 것을 요구한다.
야당도 유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해 최소한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면 형사사법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며 과거에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이 수사권 부여에 강하게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청와대까지 수사대상에 포함되면서 정치적 수사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독점주의나 수사권의 분할을 원치않는 검찰도 적극적으로 수사권 부여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월호 특별법을 구성하려는 취지다.
유례 없는 국가적인 재난인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하게 따져 재발을 막자는 것이 특별법 제정의 취지 아닌가?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따지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수사권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수사권 없는 진상조사위가 실체적 진실과 참사의 책임을 규명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과거사진상규명위에서 수사권 없는 조사만으로 진실을 밝힐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도 있다.
세월호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책임있는 기관들이 관련 자료 제출을 회피하는 등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는 일이 이미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수사권을 부여하되 검사의 파견 등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이 통큰 양보를 하면 국민 신뢰도 회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억울하게 희생된 304명의 고귀한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발판을 만드는 것은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